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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경찰청, 여고생 농락 은폐를 '셀프 감찰'한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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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학교 전담 경찰관(SPO)들이 선도 대상인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특히 상급 기관인 부산지방경찰청과 경찰청이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사건을 덮는 데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제 경찰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드린다”며 은폐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보고를 누락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징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당 경찰관 2명에 대해 의원면직 처분을 뒤늦게 취소하고, 이들이 받은 퇴직금도 환수하거나 지급 정지하겠다고 했다. 30대 경찰관이 17세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도 충격이지만 경찰 조직이 사실을 숨기려고 했던 행태가 더 놀랍기만 하다. 부산의 청소년보호기관이 부산경찰청에 연제경찰서 A경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통보한 것은 지난달 9일이었다. 그러나 신고를 받은 부산경찰청 직원은 “연제서에 신고하라”고 떠넘겼고, 연제서는 같은 달 16일 A경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후 지난 24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부산경찰청은 그제야 알았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 경찰청 역시 지난 1일 사실을 파악하고도 언론 보도 후 뒤늦게 알았다고 둘러댔다.

경찰의 해당 부서 담당자들은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단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이나 강신명 경찰청장은 전혀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다 못해 경찰관 음주운전이 적발돼도 윗선에 보고되는 상황에서 부산경찰청장이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은폐와 거짓 해명이 뒤엉킨 이번 사건은 과연 경찰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기관의 자격이 있는지 묻게 한다. 해당 경찰관 면직을 취소하고 자체 감찰을 하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강 청장은 감사원 특별감사를 요청해서라도 자신까지 포함한 간부들의 책임 소재를 묻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