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영양가 보존도 높다.| 장단점과 올바른 사용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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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날씨가 쌀쌀해짐에 따라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가 많이 쓰이는 계절이 됐다. 전자레인지는 종래에 음식을 가열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원리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 특성에 잘 맞는 조리방법을 이해해 레인지의 장점을 살리는 게 좋다.
전자레인지는 극초단파를 이용해 음식물을 가열하는 방식.
극초단파는 UHF-TV에서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전파로 인공위성에 의한 대륙간통신·레이더망·속도위반차량을 검색하는 스피드건 등에 다양하게 쓰인다.
전자레인지 안에는 마그네트론이란 극초단파를 발생시키는 장치가 있다. 마그네트론에 높은 전압의 전기를 가하면 2천4백50메가헤르츠의 초고주파(극초단파)가 발생한다.
이 극초단파는 1초에 24억5천만번이나 양극(+)·음극(-)이 바뀌는 특성을 갖는다.
극초단파는 도파관이라는 진공관에 보내졌다가 다시 교반기(열의 전도나 융합을 돕는 기구)로 보내져 교반기가 레인지 안의 구석구석에까지 극초단파를 분산시켜준다. 극초단파는 레인지의 금속 벽에 반사돼 음식물의 물분자 속으로 흡수된다.
물분자는 원래 미약한 양극과 음극을 갖고 있어 극초단파의 양극과 음극이 바뀔 때마다 끌려거나 밀리면서 마찰열을 일으켜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이 음식물을 익히거나 데운다.
전자레인지는 극초단파를 조리실 안에서 어떻게 분산시키느냐에 따라 스터러랜(속칭 전자샤워방식)과 턴테이블 방식으로 구분된다.
스터러팬방식은 극초단파를 분산시킬 때 교반기, 즉 휘젓는 날개를 이용하기 때문에 분산정도가 일정하고 턴테이블방식은 조리실 천장에서 극초단파가 내려쐬면 밑면이 턴테이블처럼 돌면서 음식물을 익히는 방법이다.
일본청산학원여자단기대학강사 「히고」(파금온자)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자레인지로 식품을 익히면 음식물의 영양가가 비교적 잘 보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자레인지의 극초단파는 극히 짧은 시간에 음식물 내부의 물분자를 가열, 영양소 분해효소의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에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된 녹색의 엽록소나 황색·적색 음식물 등의 영양가 파괴가 적다는 것이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채소별 비타민C 함유량이 ▲시금치의 경우 날것을 1백%로 치면 전자레인지 조리가 82% 끓인 것이 69%였고 ▲양배추가 각각 93%, 73% ▲고구마가 88%, 70%(찌는 것)였다.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또 음식의 빛깔이 그대로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음식의 자연색깔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야채 등의 경우 식욕을 돋우는 장점이 있으나 생선·육류 등은 오히려 기괴한 느낌을 주므로 특징에 따른 조리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전자레인지는 음식물 내부로부터 열을 가하는 반면 재래의 열전도식 가열방식은 음식물 바깥부분을 익히다가 점차 속까지 가열하는 것이므로 음식물의 맛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전분을 포함한 음식 등을 종래의 방법으로 섭씨1백도이상 가열하면 아미노산과 당류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표면이 노르스름하게 눌면서 고소한 향미가 나며 약간의 단맛이 도는데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이런 맛이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재래의 가열기능을 가미한 오븐형 전자레인지가 등장, 이 같은 미묘한 맛을 살려주고 있다. <김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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