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노동당 내분…세 불리는 제3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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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영국 정치권이 브렉시트 후폭풍에 휘청대고 있다. 여당인 보수당은 차기 총리를 놓고 ‘내전’ 상태에 돌입했고, 제1야당인 노동당은 제러미 코빈 대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내홍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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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27일(현지시간) 보수당 내 유럽연합(EU) 잔류파를 중심으로 EU 탈퇴를 주도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사진)의 총리 선출을 저지하기 위한 ‘스톱 보리스(Stop Boris)’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잔류’ 내건 자민당 당원 5000명 급증

보수당 원로 그룹인 ‘1922년 위원회’는 늦어도 9월 2일까지 보수당 대표를 선출하라고 이날 권고했다. 보수당이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해 보수당 대표가 의회에서 총리로 선출된다. 존슨 전 시장은 전날 지지자들과 모임을 가진데 이어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영국의 단합이 중요하며 EU와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톱 보리스’ 진영에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함께 브렉시트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 역풍을 맞은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 대신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이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메이 장관은 EU 잔류파였지만 투표전에는 적극 가담하지 않고 탈퇴ㆍ잔류 진영을 중재했다. 브렉시트 이후 보수당을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로 부상하는 이유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보수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메이 장관은 31%의 지지율로 존슨 전 시장(24%)을 앞섰다.

소셜네트워크에선 영국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가 ‘스톱 보리스’ 운동 첨병으로 나섰다. 올리버는 27일 인스타그램에 “(브렉시트를 찬성한)영국인의 결정은 참을 수 있어도 캐머런의 이토니언(이튼스쿨 출신) 친구가 10번가(영국 총리 관저) 열쇠를 건네 받는 꼴은 못 본다”며 “‘빌어먹을’ 보리스 존슨이 총리가 되도록 놔둘 순 없다”고 비판했다. ‘보리스 꺼져라(#BuggerOffBoris)’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노동당 의원들은 28일 코빈 대표 불신임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해 81%의 찬성으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예비내각 장관 31명 중 20명이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코빈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자, 불신임안 투표를 강행한 거다. 172명이 불신임안 가결에 찬성한 반면, 불과 40명만이 코빈 대표의 편에 섰다.

 하지만 코빈 대표는 “당헌에 부합하는 절차가 아니다”라며 대표직에서 물러나길 거부했다. 노동당헌에 따르면 불신임안 투표는 구속력이 없다. 대표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당 소속 의원 중 20%의 지지 서명을 받은 후보가 나와야 경선을 치르도록 돼 있다. 코빈 대표가 의원들의 반대에도 버틸 수 있는 건 지난해 자신을 당 대표로 뽑은 풀뿌리 당원들의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1ㆍ2당의 내분 속에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했던 자유민주당은 4일 만에 5000명의 새 당원을 모집하며 세를 불렸다. 팀 패런 자민당 대표는 “캐머런 총리 사퇴 후 조기 총선이 치러지면 영국을 EU로 돌려놓겠다”고 주장했다.

이동현ㆍ정종문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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