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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남녀 사랑에 유별난 관심-그의 작품 세계-김영나<덕성여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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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피카소」 작품 세계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자부적인 성격에 있다고 보겠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항상 인간이었고, 작품 소재들은 대부분 자신의 주변 인물들에서 비롯되었으며, 그렇지 않은 작품의 경우에도 우리는 「피카소」의 존재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 이 점에서 그는 일반적으로 비 개인적이고 중립적인 작품 내용을 보여주는 현대 작가들과 매우 대조가 된다. 「피카소」가 일생을 통하여 특히 관심을 가지고 다루어 온 주제는 바로 남녀의 사랑이다.
일생에 두 명의 부인과 다섯 명의 연인을 차례로 가졌던 「피카소」는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다룬 작품에서나 많은 여인의 초상화에서 그 자신의 이미지와 당시 같이 살고 있었던 연인의 외모와 성격, 그리고 분위기를 닮은 여인의 이미지를 등장시켰다. 따라서 「피가소」 와 관계되는 여인들과의 사생활의 추적은 단순한 흥미 거리를 지나 그의 작품을 연구하거나 분석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하겠다.
그의 생활에 제일 먼저 들어온 여인은 「페르난드·올리비에」로 그녀의 둥글고 편안한 얼굴과 기품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피카소」의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어둡고 침울한 청색 시대에서 밝은 장밋빛 시대로 전환시켜 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후 7년간 「피카소」의 독자적인 작품 형성 시기를 지켜보았던 그녀는 1911년 헤어지 게 되는데, 「피카소」는 그녀의 몸매가 지나치게 뚱뚱해진 데에 싫증을 냈다고 전해진다.
1912년에 일명 「에바」로 알려진 모델 「마르셀·앙베르」와는 행복하였으나 그녀는 2년 후 죽고 말았다.
1918년 당시 러시아 발레단의 무대 장치를 맡아 제작하던 「피카소」는 러시아 귀족의 후예인 무용수「올가·코클로바」와 결혼하고 「코클로바」는 아들「폴」을 낳았다. 그러나 서로 성격이 맞지 않았던 그들의 결혼 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였고 1935년부터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코클로바」는 미술을 이해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허영심과 질투가 강하여 별거 후에도 「피카소」가 다른 여자들과 다닐 때면 쫓아다니면서 그를 괴롭혔다 고한다. 1920년대 후반부터 그의 작품에 나오는 거의 난폭할이만큼 위협적인 여인상들은 아마도 「코클로바」 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후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같이 살게 되는 「마리-테레즈·월터즈」는 다른 어느 여인보다 가장 많이 「피카소」의 작품 모델로 나오며 1930년대의 꿈꾸는 듯한 관능적이고 둥근 곡선의 여인상들은 대부분 「마리-테레즈·월터즈」의 모습이다.
한편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많이 그려진 모가 난 얼굴로 비통하게 우는 여인상들은 네 번째 여인이었던 사진작가「도라·마르」를 모델로 그린 작품들이다.
1944년, 60세가 넘었던 「피카소」는 21세의 발랄한 미술학도였던 「프랑스와즈·질로」 와 살면서 그녀의 얼굴을 꽃이나 태양의 얼굴에 그러넣었다. 「질로」는 「피카소」와 헤어진 후 『「피카소」와 함께 지낸 나의 생활』이라는 책을 펴내 주목을 끌었는데, 「피카소」 자신은 이 책을 자신에 대한 배신으로 생각하여 발간을 중지시키려 애썼다.
이 책에서 「질로」는 「피카소」의 성격 및 대인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여러 일화를 묘사하고 있고, 특히 「피카소」가 생각하던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인용하여 단순히 사생활을 폭로한 책이라기 보다 「피카소」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피카소」의 마지막 여인이자 1973년 그의 죽음을 지켜보았던 「자클린·로크」는 그의 두 번째 정식 부인으로 1955년부터 관계하기 시작하였다. 긴 코와 큰 눈의 말년의 여인 초상화 모델이었던 그녀와의 결혼은 지극히 평온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2세의 장수를 누렸던 「피카소」의 끊임없는 정열과 창작욕, 그리고 새로운 양식의 추구는 그의 작품에서 뿐 아니라 이와 같은 사생활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사람들이「피카소」와 여러 여인들의 관계를 이해와 관심의 눈으로 보는 것은 바로 그의 생활 자체가 작품 세계의 영역을 넓히는데 밀접한 관련이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피카소 걸작전」은 10월 31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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