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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과 2000을 동시에 본 하루…요동친 금융시장과 폭탄맞은 정부

중앙일보

입력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때문에 24일 금융시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코스피 지수의 하루 등락폭이 108포인트에 이르렀는가 하면,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30원 가까이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고, 정부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코스피 지수가 이날 하루에 1800포인트와 2000포인트를 넘나드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4.84포인트(0.75%) 높아진 2001.55포인트로 거래를 시작했다. ‘브렉시트 반대’ 응답자가 52~54%로 우위라는 영국 여론조사 결과가 전해진 것이 상승 출발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표 차이가 박빙인 것으로 나타나자 지수는 전날 종가인 1986.71을 중심으로 오르락 내리락 했다.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점점 낙폭을 키우던 코스피 지수는 12시40분께 1900포인트를 깨고 내려가 1892.75까지 하락했다. “브렉시트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보도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코스피 지수는 이후 소폭 반등해 전날보다 3.09%(61.47포인트) 하락한 1925.24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사이드카 발동과 함께 전날보다 4.76%(32.36) 급락한 647.16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이드카는 코스닥150지수 선물 가격이 6%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고, 코스닥150지수 현물 가격이 3%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된다. 지난 2월 12일에 이어 올해 두 번째의 사이드카 발동이었다.

서울 외환시장도 크게 출렁거렸다.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29.7원 급락한 1179.9원에 장을 마감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달러화 강세와 국내 증시 급락 현상이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원화 가치 역시 주가지수와 마찬가지로 전날보다 0.05원 오른 1150.15원에 장을 시작했다가 시간이 갈수록 하락했다.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진 정오 이후에는 몇 차례 118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당국이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통한 환율 안정화에 나선 정황이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역부족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를 계기로 코스피가 추세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1200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이전에 없었던 사안인 만큼 전 저점인 1800포인트 하회 가능성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불과 나흘 앞두고 브렉시트란 폭탄을 맞으면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할 계획이었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이마저도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향후 유럽과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에도 당분간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를 반장으로 하는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도 가동을 시작했다. 점검반은 외환시장 움직임과 자금 유출입 동향을 실시간을 점검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처할 충분한 정책수단과 의지를 갖추고 있다”며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충실히 점검해 왔으며 필요시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글로벌 시장 안정을 위해 주요 20개국(G20), 한·중·일 등 국제 공조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석·강병철 기자 kailas@joongang.co.kr, 세종=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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