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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가정교사의 허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80년 7·30교육개혁으로 과외단속이 실시된 이래 처음으로 「대학재학생에 국한한 과외부분양성화방안」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과외금지조치 5년 동안 과외문제에 대한 논란이 끈질기게 있어왔으나 여당 국회의원에 의해 공개적으로 거론되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민정당소속 유흥수 의원은 지난 19일의 국회본회의에서 『5년 전 망국병이던 과외수업을 전면 금지했던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대학생의 학비조달의 주수단이던 가정교사 일자리가 없어짐으로써 가난한 학생들의 자립의지가 위협받게 되었다』면서 과외금지 조치를 부분적으로 해제할 의향이 없느냐고 질문했다.
주지하다시피 과외금지조처가 우리 나라 교육사회의 풍토를 일신시킨 긍정적인 측면은 부인할 수 없다. 극성·과열과외가 학교교육을 뒷전으로 밀리게 하고 계층간의 위화감 조성은 물론 과다한 비용부담이 국민경제에 주름을 주었던 것은 익히 알고 있다. 오죽했으면 과외망국론까지 나왔던가.
그러나 그후의 단속과정은 적잖은 문제를 야기시켰고 과외전면금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 있어왔다.
과외단속이 심해지자 과외는 음성화·지하화 했고 별의별 명목의 신종과외가 새로이 탄생했다.
예컨대 별장과외, 자동차과외, 아파트과외, 피서지과외 등이 암암리에 성행하기 시작하면서 부작용 또한 적지 않게 파생됐다. 요즘은 내신과외와 특별과외까지 새로 성행하고있다.
고교내신성적을 좋게 받기 위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전에 해당과목교사들을 집으로 불러 문제를 손가락으로 짚어주게 하는 이른바 반짝과외가 부쩍 유행하고있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있다.
과외공부도 공부일텐데 지하·음성화함으로써 죄악시되게 되었고 보다 깊은 위화감을 조성하게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적으로 봐도 「탈법」과 눈속임은 부도덕한 일인데, 이것을 자녀들에게 권장하고 솔선수범하는 격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과외단가마저 종전에는 시간당 1만원이면 과외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면 과외교사의 비밀위험부담비까지 추가돼 10만원으로 올라 요즘은 과외가 특수·부유층의 전유물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기준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우리학생들이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열심히 공부하는 일밖에 없다. 은밀한 곳에서 가슴을 죄어가며 떳떳치 못한 과외공부가 이처럼 널리 퍼져있는 것도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더구나 주수입원이 되어왔던 가정교사 자리를 잃게된 대학생들의 형편도 예사로 보아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전국 70만 명에 이르는 대학생 가운데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겨우 20%다.
장학금 혜택을 받는 학생마저 하숙비가 없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가난한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더러는 교통정리나 음식점 파트타임으로, 백화점·술집 등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있으나 이마저 취업문이 좁아 극소수의 학생에게만 한정되고 있다.
요행히 취업을 했다해도 보수가 보잘것없어 학비조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여대생이 술집 호스티스로 취직, 비교육적이라는 새로운 사회문제를 낳고있다.
그렇지 않아도 고학력취업률이 38%밖에 안 되는 요즘의 취업난에서 취업문제가 분배문제와 함께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되고있다.
이번 여당국회의원의 과외거론을 계기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는 과외전면금지조치에 대해 재고있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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