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깔끔하고 단순한 아름다움 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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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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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보 스툴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59·사진). 그가 디자인한 메탈·플라스틱 소재의 생활용품은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에 출시한 ‘봄보 스툴(Bombo Stool)’이 대표적이다. 윗부분이 잘린 와인잔 모양의 이 플라스틱 의자를 본 딴 유사품이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질 정도였다. ‘파리바게뜨’의 일회용 컵 ‘파리지앵컵’도 지오반노니의 작품이다. 컵홀더를 옷으로, 컵 뚜껑을 모자로 표현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국민대 석좌교수로 강단에 선
세계적 디자이너 지오반노니
“한국 학생 집중력 세계 최고”

그가 한국에서 교육자로 변신했다. 국민대 테크노 디자인전문대학원(원장 최경란)의 석좌교수로 임용돼 특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한국을 종종 방문해 워크숍 형태로 학생들과 만난다. 다음 학기부터는 온라인 수업도 맡는다. 화상 강의로 학생들과 토론한 뒤 과제물을 내주고 평가할 계획이다.

지난 10~11일에는 테크노 디자인전문대학원이 주최한 워크숍에서 강연했다. 최근 학교에서 만난 지오반노니는 “한국 학생들이 집중력이 매우 좋다는 점에 놀랐다. 다른 나라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79년 피렌체 폴리테크니코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는 23세 때 건축학과 교수로 강단에 선 경험이 있다.

그에게 ‘디자인 철학’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디자인을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일’로 국한하면 곤란합니다. 디자인을 접하는 대중에게 편리함을 주고 감동을 주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지오반노니는 ‘한국의 미(美)’가 최근 세계적 디자인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이 추구하는 미는 과하지 않고 깔끔하다. 또 화려함이 아닌 단순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선 제품 본연의 디자인이나 실용성보다는 리서치(시장 조사)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부분이 있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애플처럼 세계인의 뇌리에 남는 디자인을 개발해 이런 풍토를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자인을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디자인에는 ‘c·m·f‘가 있습니다. 색(color), 재료(material), 가공(finishing)인데 한국에선 색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머지 두 개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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