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연설로 드러날 여야의 주장|「정치현안」본격 공방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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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주로 정기국회의 워밍업 기간이 끝나고 14일의 3당 대표연설을 시발로 여야는 본격적인 현안공방에 들어간다.
대표연설과 8일간에 걸쳐 있을 대정부 질문을 통해 여야는 「주장」과 「논리」를 집약적으로 선명하게 표출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여당은 국회에서 수세이게 마련이나 이번 정기국회의 민정당 자세는 「공세적 수세」.
「태풍의 눈」인 개헌문제에 대해 타협가능성을 일체 배제하고 오히려 공세적으로 호헌논리를 편다는 것이다.
이번 국회대책은 일찌감치 10월초 정부·여당 핵심간부회의에서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수립된바 있다.
지난 2일 아침 시내 플라자호텔에서 민정당의 정순덕사무총장, 이세기원내총무, 박준병국책조정위원장, 최병렬국책연구소부소장, 당내 율사인 이치호의원이 정부쪽 고위관계자들과 회동한 자리가 바로 그것이다.
△현싯점에서 개헌논의는 최대한 억제한다 △따라서 야당이 개헌문제를 예산안심의나 국회참석과 연결시키면 단독국회라도 불사한다는게 대국회대책의 골간이요 전부다. 작전이고 협상이고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방침에 따라 민정당은 지난 4일 열려던 호헌세미나도 연기, 16일 열기로 했다.
굳이 여당이 헌법문제를 조기에 거론함으로써 야당을 자극하고 개헌공세를 촉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노태우대표의 대표연설문은 12일 제3독회를 거쳐 최종확정, 인쇄에 들어갔는데 문안작성에 참여해온 한 관계자는 주요내용이 뭐냐는 물음에 『개헌이 밥 먹여주는 것 아니다』는 말로 단호한 내용이 포함됐음을 암시.
민정당은 이번 대표연설에서 야권의 개헌주장에 대해 평소 주장해온 호헌논리를 88년 평화적 정권교체와 연결시키고, 학원·노사문제 등 사회기강확립 문제에도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통령 시정연설과도 「화음」을 맞추었다는 얘기.
이번 대표연설에서는 노대표위원이 누누이 강조해온 「국민의 최대염원은 개헌이 아닌 평화적 정권교체전통」이라는 점이 논리적으로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
○…민정당은 대정부질문에서 남북한문제·미국의 수입개방요구 등 경제문제·민생 등에 치중하고 야당의 정치공세를 중화시키기 위해 야당과의 개별접촉 등을 통해 대화와 설득도 추진한다는 계획.
그래서 정면돌파 등 강공과 막후접촉을 병행시킬 전망이다.
민정당은 또 김영삼씨의 일본발언도 질문을 통해 집중추궁, 정부측의 명확한 답변을 얻어낸다는 생각. 이와 아울러 신민당-일본사회당교류를 신민당이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상위별·개별적 접촉을 통한 적극적인 로비를 벌이기로 결정.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을 통해 신민당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개헌문제.
11명의 질문자들은 질문원고초안을 이미 작성해놓고 의제별 질문자들간에 독회를 갖고 중복을 피하는 등 마무리 손질에 한창이다.
질문자들은 당지도부의 「특별주문」에 따라 정치부문뿐 아니라 경제·사회 등 다른 의제에 있어서도 개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치분야의 허경구의원은 『현정권의 정치적 실책을 논리적으로 공격한 뒤 이를 개헌의 필요성 및 당위성과 연결시키겠다』고 예고.
허의원은 개헌은 야당만이 살겠다는 것이 아닌 여야공생의 길이며 정국불안의 유일한 타개책이라고 주장.
김태룡·김정길 의원 등도 실정폭로와 개헌의 필요성을 연결시킬 것이라면서 『우회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신민당질문자들은 개헌이라는 한가지 초점을 맞추게 되다보니 자기들끼리 수위·강도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외교·안보부문의 정재원·김성식의원은 「정권을 국민의 손에 넘기는」 개헌논을 펴겠다고 했다.
경제분야는 김봉호의원이 재정금융파트, 조홍래의원이 상공·건설과 대미수출문제, 최낙도의원이 농촌문제 등으로 세분했는데 최의원은 『농촌의 피폐상은 농민이 정부를 선택할 수 없는데서 푸대접을 받는 것이라는 식으로 개헌논을 추출해 내겠다』고 다짐.
○…신민당의원총회에서는 개헌방향에 대한 이견과 지도부 성토 등이 노출되기도 했으나 표면상 직선제가 대세.
그럼에도 이철승의원을 주축으로 당내일부에서는 『직선제가 토론과정도 거치지 않았고 많은 의원들이 내각책임제를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중심제를 당논으로 표방하느냐』라면서 여전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의원은 『대통령 중심제는 권력집중현상을 가져와 독재가 불가피하다』고 내각책임제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역설해 이총재 등 주류측은 자칫 내부분란을 벌이는 것으로 비칠까 조바심.
이 때문에 주류측은 서둘러 당내 개헌심의기구에서 찬반토론을 거쳐 21일까지 신민당개헌안을 확정짓기로 결정.
이총재 등은 3공화국 헌법을, 이의원 등은 민주당때의 내각책임제를 각각 교과서로 삼아 논쟁의 근거로 삼고 있는데, 이의원은 자신의 연구소에서 개헌세미나를 추진하고 있는 등 내각책임제를 쉽사리 버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일·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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