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지목된 현직 부장급 박모(54) 검사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정 대표의 부탁에 따라 실제 감사원 고위 관계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 “뇌출혈로 입원, 소환 어려워”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물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1일 박 검사의 서울고검 사무실과 집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2014년 정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는 정 대표가 자신이 상가 운영권을 가지고 있던 지하철 매장 사업과 관련해 서울메트로와 소송 중이었다. 2010년 감사원 감사로 비리가 적발됨에 따라 이듬해 서울메트로와의 임대차계약이 해지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검찰은 정 대표가 감사원 고위 관계자 A씨에게 그와 고교 동문인 박 검사를 통해 “감사원이 서울메트로에 영향력 행사해 소송에 유리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압수한 박 검사의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그가 A씨를 실제로 접촉했는지를 확인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뇌출혈로 입원 중인 박 검사는 현재 실어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소환 조사를 하기 어려운 상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대표의 서울메트로 매장 사업과 관련한 로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홍만표(57·구속 기소) 변호사가 2011년 9월 정 대표에게서 받은 2억원도 기존에 알려진 서울메트로뿐 아니라 서울시청·서울시의회·감사원에 사업 관련 청탁을 해달라는 부탁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 대표는 브로커 이민희(56·구속 기소)씨에게 9억원을 건네면서도 이 기관들을 언급했다. 검찰은 해당 기관 관계자들이 청탁에 연루됐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지난 18일 체포된 브로커 이동찬(44)씨는 21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수사 기록 심리를 통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송창수(40·수감)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로부터 사기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나 법원 관계자에게 로비하겠다며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한편 정 대표는 이날 대표직을 내놓고 등기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네이처리퍼블릭은 “김창호(58) 국내영업총괄 전무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김 신임대표는 LG생활건강과 더페이스샵 등 화장품 업계에서 30년 이상 일한 전문가로 네이처리퍼블릭 창립 멤버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상장이 유력시되면서 한때 장외 시장 주가가 14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최근 주가가 약 70% 폭락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100억원대 상습 도박 혐의로 구속돼 징역 8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5일 만기 출소 예정이었으나 그 직전에 횡령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검찰은 이번 주에 140억원의 회삿돈 횡령 혐의로 그를 기소할 계획이다.
구희령·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