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우조선 대출, 부실 처리할까…고민하는 산은·수출입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자본확충을 앞둔 국책은행이 13조원(산업은행 4조원, 수출입은행 8조9903억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 여신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현재 여신건전성 등급상 ‘정상’인 대우조선 채권을 ‘요주의(채권 회수 잠재 위험요인 존재)’나 ‘고정(채권 회수 위험)’으로 낮출지에 대한 고민이다.

등급 낮춰 충당금 쌓아야 하지만
조선 수주 타격 피할 수 없어 신중

금융감독원의 은행감독규정상 은행 대출금은 회수 가능성에 따라 5단계(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분류된다. 정상 채권은 대손충당금을 거의 쌓을 필요가 없는 반면 요주의 채권은 대출금의 7~19%, 고정 채권은 대출금의 20~49%를 각각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11조원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한 목적에 충실하려면 여신건전성 등급을 낮춘 뒤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국책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만든 것이 자본확충펀드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5조원대 부실이 드러나면서 400%대였던 부채비율이 7000%대로 치솟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이를 감안해 신한·KB국민은행은 최근 대우조선 대출금의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끌어내렸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이 재분류에 나선 현 시점에 맞춰 등급을 내리자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책은행이 여신건전성 등급을 낮추면 대우조선 영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여신 등급이 낮아진 게 해외에 알려지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영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딜레마 때문에 산은과 수은은 자본확충을 위한 코코본드 발행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코코본드는 자기자본으로 인정받는 채권으로, 산은·수은이 발행하면 정부와 한은이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매입해주기로 했다.

수은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를 밑돌아 자본확충이 시급한데도 일단 코코본드를 7000억원 어치만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0.5%포인트 가량의 BIS 비율 상승 효과가 있다. 산은은 BIS 비율이 14%대로 높은 편이어서 좀 더 시간을 두고 코코본드 발행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