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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못 가지만… 4년 뒤 도쿄 올림픽 기약하는 '여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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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약하며 손가락으로 `2020`을 만든 강아정·위성우 감독·김단비·박지수(왼쪽부터). 영종도=김희선 기자

올림픽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래도 '여랑이'들은 4년 후 도쿄 올림픽을 기약하며 이를 악물었다.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6위를 차지하고 21일 귀국한 한국 여자 농구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대회가 열린 낭트에서 파리를 거쳐 한국까지 22시간 가량 이동해 피곤하기도 했지만 이틀 전 열렸던 벨라루스와의 5위 결정전이 두고두고 아쉬운 모양이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점차로 이겼던 벨라루스와 19일 5위 결정전에서 만났지만 39-56으로 졌다. 5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티켓을 눈앞에서 놓쳤다.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6일 동안 5경기를 치른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난 상태였다. 막내인 센터 박지수(18·분당 경영고)는 "이제 다시는 그렇게 무기력한 경기를 하지 않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위성우(45)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더욱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여랑이'는 '여자 호랑이'라는 의미로 2010년 지어진 여자 농구대표팀 별칭이다. '용맹스러운 호랑이처럼 싸우라'는 뜻이었지만 대회에 참가한 한국의 전력은 그렇지 못했다. 이미선(37)·변연하(36) 등 베테랑들이 은퇴한 이후 세대교체기를 맞으면서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회 전 국제농구연맹(FIBA) 소속 칼럼니스트 3명 중 '한국이 본선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체력이 좋은 벨라루스·쿠바를 잇따라 꺾는 등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선전을 펼쳤다. 3점슛 성공률 34.1%를 기록했던 슈터 강아정(27·KB스타즈)은 프랑스 현지에서 '아종'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키 1m95cm의 센터 박지수는 리바운드 공동 1위(10.8개)에 올랐고, 포워드 김단비(26·신한은행)도 평균 12.8점을 넣으며 힘을 보탰다. 벨라루스와 5위 결정전 때 프랑스 관중들은 '알레 코레(Allez coree·파이팅 한국)'를 외치며 한국을 응원했다.

김단비는 "나이지리아에 지고는 끝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프랑스에서 빨리 떠나기 싫었다. 모두들 안된다고 하니깐 오기가 더 생겼다"고 말했다. 강아정은 두 달 전 소속팀 경기 도중 왼손가락 뼈에 금이 가 붕대를 감고도 출전했고, 박지수는 스페인과 8강전에서 오른 발목을 접질리고도 끝까지 뛰었다.

최종전을 마친 직후 선수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박지수는 "라커룸에서 감독님으로부터 '수고했다'는 소리를 듣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강아정은 "마지막 경기에서 내 슈팅이 잇따라 빗나갔다. 잠도 못 잤다"고 말했다. 그는 소속팀 전 동료였던 변연하가 꿈에 나온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언니가 꿈에 나와서 이길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내가 못할 걸 알고 앞으로 정신차리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값진 경험을 쌓은 선수들은 4년 뒤 도쿄 올림픽을 기약했다. 박지수는 "내 플레이에 점수를 매기라면 50~60점밖에 못 준다"며 "4년 뒤엔 더욱 좋아질 것이다. 언니들과 힘을 합쳐 꼭 도쿄 올림픽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영종도=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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