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속사권총 김준홍, "리우 가서 전부 다 썰어버려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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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홍 [사진=국민은행 제공]

올해 8월 리우 올림픽에 나서는 한국사격대표팀의 목표는 금메달 2개 이상이다.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를 딴 진종오(37·kt)와 2012년 런던 올림픽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 김장미(24·우리은행)가 남녀 사격의 간판이다. 진종오·김장미에 이어 금메달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가 있다. '명사수' 남자 25m 속사권총 김준홍(26·KB국민은행)이다.

김준홍은 2014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속사권총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속사권총에서도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지난해 4월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에서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세계랭킹 1위였고 현재는 세계 3위다.

김준홍은 진종오와 김장미에 비해 주목을 덜 받고 있다. 지난 16일 진천 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도 진종오와 김장미가 대표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준홍은 사선에서 홀로 연습 중이었다. 김준홍은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아 서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연한 건 당연한거다"면서도 "올림픽 끝나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김준홍은 중학교 3학년 때 뒤늦게 총을 잡았다. 김준홍은 "어릴적 6년간 바이올린을 했는데 인생이 바뀌었다. 중학교 때 100m 달리기가 12초대 후반이었는데, 감독님이 운동신경이 좋다며 사격은 권유하셨다. 처음에는 사격이 가상으로 서로를 쏘는 서바이벌 게임인 줄 알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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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홍 [사진=국민은행 제공]

만화 도라에몽에 나오는 캐릭터를 닮아 별명이 '진구'인 김준홍은 늘 유쾌하고 장난기 넘친다. 김준홍은 "처음엔 진종오 형이 쏘는 10m 공기권총으로 시작했는데 큰 흥미를 못 느꼈다. 고1 때 속사권총을 처음 접하고 눈이 확 돌았다. 역동적이고 판타스틱하다"고 말했다. 김준홍의 거침없는 성격과 속사권총은 닮았다. 속사권총은 5개 표적에 8, 6, 4초(결선은 4초) 내에 연이어 5발을 사격한다. 소총, 권총 종목을 통틀어 가장 역동적이고 박진감이 넘치는 종목이다.

김준홍은 대기만성형이다. 태극마크를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달았다. 김준홍은 "학창시절 사격부가 해체될 뻔했고, 장난 치다가 팔이 부러지기도 했다. 원래 군대에 현역으로 입대한 뒤 아버지 인테리어 일을 도우려 했다"며 "그런데 상무 감독님이 '기록이 아깝다'며 상무 입단을 권유하셨다. 상무 시절 태극마크를 달아야 부대 밖으로 나올 수 있으니 정말 열심히 총을 쐈다"며 웃었다. 재치있게 답했지만 김준홍은 상무 시절 사격에 모든 걸 걸었다. 실력이 급상승한 김준홍은 2014년 제대 후 국제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김준홍은 "사격을 그만두고 싶을 때면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을 생각한다.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란 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김준홍은 리우 올림픽 각오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금은 무 말고 많은 걸 썰고 있어요. 리우 가서 전부 다 썰어버려야죠". 칼 대신 총을 든 김준홍은 벌써부터 큰 총성을 울리고 있다.

진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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