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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해로 118명 숨진 北…올해는 6월부터 대책 마련 분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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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동안에 1만여㎡의 하천 바닥을 파내고 4000m의 하천을 정리하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1면에 실은 ‘장마철 피해막이 대책을 빈틈없이’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이다. 지난해 여름 물난리로 100명이 넘는 인명 피해를 본 북한이 올해는 6월부터 장마철 예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수해 피해의 기억이 선명하다. 국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황해남도와 함경남북도, 나선시 일대를 강타한 집중호우로 모두 11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만45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8월 22~23일 이틀간 나선시를 강타한 폭우로 인해 현지 체류 중이던 중국인을 포함한 40여명이 사망했으며 5240여채의 주택이 파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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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인해 건물 절반이 무너져내린 건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이다. [조선중앙통신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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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시 주택단지의 모습을 촬영한 구글어스 사진. 2013년 9월(위 사진)에 비해 수해를 겪은 지난해 9월은 주택이 절반 가까이 파손되고 토사가 뒤덮여있다. [구글어스]

당시 북한은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준비에 한창인 때였다. 민심 이반 등을 우려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나선시 수해복구 현장을 두 번이나 직접 찾기도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큰물피해(수해)로 살림집을 잃고 한지에 나앉은 나선시 수재민들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며 “직접 피해복구현장을 돌아봐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수해복구 지역을 두고 “인민의 무릉도원으로 완전히 새롭게 전변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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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9월 수해 복구가 한창인 나선시를 직접 찾은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처]

이에 따라 북한은 올해는 6월부터 일찌감치 장마 준비 태세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우선 관영 매체들이 총출동했다. 지난 16일 북한의 기상수문국(한국의 기상청에 해당)의 이열남 부원은 조선중앙TV에 출연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올해 장마는 내달 중순으로 예견된다”며 “강수량은 평년보다 더 많아지고 태풍과 큰물 피해(수해) 등 여러 기상재해 현상들이 나타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장마철 피해대책을 철저히 세워 200일 전투를 승리적으로 결속하는데 적극 기여해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200일 전투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지난 1일부터 생산성 초과 달성 등을 목표로 벌이고 있는 노력 동원 사업이다. 200일 전투 성과가 장마 등 수해로 인해 빛이 바래지 않을까 예방책을 세우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연일 장마 대책 마련을 독려하고 관련 성과를 선전하는데 열심이다. 지난 16일자엔 평안북도의 장마 대책을 소개하면서 “평안북도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장마철 큰물피해 방지를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려 연 90여㎞의 강하천 바닥파기와 제방보수, 해안 방조제 보수를 성과적으로 해냈다”고 전했다.

이어 17일자에서는 고원 탄광의 소식을 전하며 “장마철에도 생산을 계속 내밀(낼) 수 있는 만단의(만반의) 전투 준비를 빈틈없이 갖춰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20일자에서는 황해남도의 장마철 피해막이 대책을 소상히 전하며 주민들에게 장마철 대비 태세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정부 관계자는 “장마 대책에 대대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며 “북한 당국이 집중하는 ‘200일 전투’ 성과가 장마로 인해 주춤하지 않도록 관련 노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라고 풀이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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