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라면 면발이 꼬불꼬불한 이유 다섯가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라면은 한때 콩나물, 어묵과 함께 서민 음식의 대명사였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라면은 '보릿고개'를 넘는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인기식품이 됐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일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이 74.1개(2014년 기준)나 된다. 라면 소비 총량 기준으로는 중국이 444억 개, 인도네시아 135억개, 일본 55억 개에 이어 한국은 36억개로 7위다. 그러나 일인당 소비량은 압도적인 세계 1위다. 베트남(55개), 인도네시아(53개), 태국, 말레이시아(45개)와 라면 종주국인 일본(43개) 보다 훨씬 많다.

라면의 종류도 다양하다. 짜장라면, 짬뽕라면, 비빔면, 스파게티 라면…. 6월 3~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라면 박람회는 다양한 라면의 경연장과도 같았다. ‘먹방’ 프로그램에서는 라면 맛있게 끊이기 경연이 단골메뉴다.

그 덕분에 국내 라면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지난해 라면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 세계 최대의 라면 수출국이기도 하다. 4만8801톤을 수출해 2억8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1963년 식량난을 해소하려고 일본에서 들여 온 라면이 효자산업이 된 것이다. 라면 수출 1위 국가의 원동력이 뭘까. (주)오뚜기 라면 평택 연구소를 찾았다.

기사 이미지

(주)오뚜기라면 연구원이 삶은 라면 면발을 `식감분석기(Texture Analyzer)` 에 올려놓고 탄성을 측증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사골 분말을 이용해 라면 수프를 만드는 장면.

라면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진동한다. 첨단 실험도구와 주방기구, 식재료가 함께 있으니 색다른 느낌이 든다. 실험실 진열대에는 파, 마늘, 각종 야채, 고기, 소시지 등 말린 식재료와 사골가루 등 식품분말, 액체 형태의 식품 추출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연구원들은 수프용 식재료를 이리 저리 조합하며 새로운 맛을 찾는데 여념이 없다.

라면의 맛의 핵심은 수프에 달려있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MSG를 쓰지 않는다. 천연의 식재료에서 양념을 추출한다. 맛과 영양분의 손실없이 수프성분을 추출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연구원들은 말리거나 액상 형태로 수프를 만들기 위해 각종 연구와 실험을 진행한다. 아직 출시하지 않은 신개발품은 촬영을 막는다.

조리기구가 있는 곳에서는 라면을 끓이며 온도를 재고, 맛을 본다. 냄비 종류도 다양하다. 면발 몇 가닥을 건져 '면(麵)식감분석기(Texture Analyzer)'올려놓고 강도를 잰다. 버튼을 누르니 모니터에 각종 수치가 나타나고 그래프가 그려진다. 면발의 탄성을 시험하는 장치다. 소비자들이 쫄깃쫄깃한 식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신제품이 개발되면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사 이미지

(주)오뚜기라면 연구소 연구원이 라면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추출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라면 연구원들이 서로 다른 라면을 끓인 뒤 맛을 보고 있다.

라면 면발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일반 라면의 면발은 '환형(타원형)'이며 짬뽕·짜장라면은 '각형(사각형)' 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라면박사' 김규태 책임연구원은 "식감을 가장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고 면의 굵기를 라면 종류에 따라 1/100mm 단위로 관리한다" 고 말한다. 일반적인 라면의 굵기는 1.8mm지만 국물맛이 핵심인 짬뽕라면은 3.0mm이며 얼큰한 우동을 모방해 만든 '오동통면'은 2.4mmX1.48mm다. 면발이 굵으면 표면적이 넓어 국물 맛이 잘 배기 때문이다. 또 일반라면은 약 106g이지만 짜장라면은 국물이 없기 때문에 113g으로 양을 늘렸다.


▶관련 기사'라면의 속설'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진실



라면은 대개 60cm길이의 면발 80가닥을 합쳐 만든다. 한 줄로 이으면 48m가 된다. 라면을 곱슬곱슬하게 하는 것에도 과학의 원리가 적용된다. 연구소측은 면발에 '웨이브'를 주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첫째는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둘째는 면을 튀기는 과정에서 기름을 흡수하고 수분을 빨리 증발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셋째는 끓일 때 면발 사이로 뜨거운 물이 골고루 순환돼 빨리 익습니다. 넷째는 젓가락으로 집기가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꼬불꼬불한 모양이 시각적으로 입맛을 돋우기 때문입니다."

영양분석실에서는 라면에 포함된 단백질 등 영양소를 분석한다. 또 미생물 연구실에서는 라면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도록 각종 실험을 진행한다. 라면의 유통기한은 보통 5개월이다. 김 연구원은 "라면에는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음식을 변질시키는 미생물이 번식하려면 수분이 12%를 넘어야 한다. 라면의 면에는 수분이 6%, 수프는 6-8%, 건더기 수프도 6-8%이기 때문에 방부제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주기중 기자·click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