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통행료 올리는 명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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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요일과 공휴일에 고속도로를 다니는 자동차가 1년에 약 6백만대인데 만약 소형승용차에만 통행료를 두배로 내게 했을 경우 운행되지 않을 차가 몇대나 될까-.
요즘 유행하는 난센스퀴즈식으로 푼다면 「고장이 나서못움직이는 자동차 댓수만큼」이라는 답이 나옴직도 한 문제지만 당국은 이번에 어려운 「고등수학」을 동원, 이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냈다.
당국의 해답은 이렇다.
연간 고속도로 동행차량의 19.2% 1백15만3천대의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타지않으며, 이들이 아끼는 유류는 3천9백초㎘·11억원어치가 된다. 이중 고속도로 대신 국도로 돌아가는 자동차가 있을 터인데 이들이 쓰는 유류가 1천5백42㎘· 4억3천만원어치이므로 결국 1년간 절약되는 유류는 「2천4백㎘」에 「6억7천만원어치」다. 동시에 도공의 수입은 「45억원」이 늘어난다.
그러나 이같은 「고등수학」을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탈이다.
19.2% 1백15만3천대의 차량감소라는 계산부터가 만일 딱 들어맞기만하면 세계의 응용수학계가 깜짝 놀랄 획기적인 학문적 업적이 아닐수 없다.
도대체 「고장나는 차」와 「19.2%의 차」중 어느쪽이 과연 난센스아 더 가까운지 쉽게 구분이 안될 지경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주목해야 할것은 유류 절감효과를 계산해낸 당국의 「중등수학」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당국의 계산을 그대로 믿는다고 할때 연간 6억7천만원정도의 유류를 아끼기 위해 고속도로 통행차량들이 연간 45억원의 추가부담을 져야한다는 사실이다.
나라살림 전체를 내다보는 당국의 시각이 워낙 넓고, 또 유류절감을 통해 외채를 줄인다는 절대명제가 워낙 급박한 것이라 혹시「단견」이 될까 두렵지만, 실제로 이같은 지적은 일반 국민들의 「단견」이 결코 아니다.
애초 휴일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을 경제기획원이 거론했을 때부터 동자부 건설부도로공사 심지어는 기획원내 물가국 쪽에서 조차 『실효가 별로 없는 모호한 공공요금 인상으로 욕만 먹을 일』이라 하여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던 일이었다.
무릇 나라살림을 다루는 정책은 뚜렷한 명분이 있어야한다.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도 분명한 명분이 있긴있다.
외채절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명분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당국의 「고등수학」을 이해 못하고 그 「실효」를 의심하고 있다면 그것은「명분」이 아니라 한갖 「허울」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외채절감의 명분이 비록 중요하다지만 동시에 연간 45억원의 국민추가부담을 가져오는 공공요금인상의 명분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함을 당국은 정말 모른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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