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단속권|특권의식 남용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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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 자동차보유댓수가 1백만대를 넘어섰고 서울만도 40만대를 상회하면서 도로교통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차량의 폭주로 체증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있고 교통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으며 대기오염도 극심해지고 있다.
차량소통이 잘되지 않으니 난폭운전과 추월경쟁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이면도로는 불법주차한 차량들로 메워져 도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추석을 전후해 교외로 나가본 사람이면 오늘의 교통질서가 어떠한가를 실감했을 것이다.비좁은 도로에 차량이 뒤범벅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서로 한치라도 먼저가려고 중앙선 차선까지도 아예 무시한채 선행다툼을 하다 부딪치기도 하고 옥신각신하는 장면을 볼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의 교통무질서는 도로의 확장이 차량의 급증추세에 뒤따르지 못하는데다 운전자들의 질서의식의결여로 빚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통당국은 이같은 난맥상태의 교통질서를 바로 잡기 위한 방안으로 교통단속권을 일반공무원과 교육계언론계 등에 종사하는 인사들에게까지 부여, 단속의 손을 넓히기로 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교통경찰관에게만 주어지고 있는 불법주차 적발권을 교통관계 일반공무원에게 주는방안도 구상중이라고 한다.
질서의 현장이 말이 아니고 경찰력은 한계가 있는 만큼 단속권을 확대하겠다는 당국의 장도는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단속권의 확대가 새로운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선 단속권을 악용할 소지도 없지 않다. 단속권을 빙자해 교통법규를 멋대로 위반한다든가, 길거리에서 교통위반 시비가 벌어졌을때 상대방을 위협하는 도구로 사용할 우려도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단속권이 불법차량을 가려 내야할 가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특권장식으로 변질된다면 또다른 원성을 자아내고 지탄의 대상이 될것은 뻔하다.
또 단속에 상하가 있거나 기껏 적발해 통보한 차량이 처벌에서 면제된다면 단속의 실효는 거들수 없다. 이는 단속의 공정성과 아울러 반드시 지켜져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적발 통보된 운전자에게 변소할 기회가 주어져야 할것이고 처벌결과를 적발한 당사자에게 반드시 통보해주는 시스팀이 갖추어져야 한다.
적발당한 운전자에게 변소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단속권의 오남용을 막기 힘들것이다.
질서는 지키기가 힘든 것이지만 모두가 지킨다면 타인은 물론 자기에게도 이로운 것이다.이처럼 서로가 이로운 질서 지키기를 비단 차량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일반화하면서 교통질서 확립운동을 병행해야 우리사회에 진정한 질서가 뿌리내릴 수 있다.
끝으로 당국은 오늘의 교통질서가 단속만으로는 실행을 거둘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이해해 도로의 여건등 자동차문화에 걸맞는 교통체계와 교통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가일층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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