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리베이트’ 의심 인쇄물…바로 그 비용 부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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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비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왕주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이 16일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왕 전 부총장은 “리베이트가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뉴시스]

국민의당이 20대 총선 인쇄물 비용을 5억1591만원 부풀려 국고보전을 청구한 것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실사 결과 드러남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선거비용을 부풀려 청구한 인쇄물이 바로 검찰이 수사 중인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된 ‘비례대표 선거공보’이기 때문이다.

검찰, 박선숙 등 공모 여부 수사
선관위 “디자인 등 통상가격 초과”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16일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선거공보 인쇄물 비용으로 청구한 21억153만원을 항목별로 한국물가협회에 의뢰해 실사한 결과 용지대 등 인쇄비에서 가장 많이 시장 통상 가격을 초과했고 기획비와 디자인 비용도 초과해 모두 5억원 이상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도 이날 “선관위 고발 내용에는 박선숙 당시 사무총장, 왕주현 사무부총장의 지시와 요구로 비컴 측이 인쇄비 단가를 부풀려 계약한 후 브랜드호텔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것이 포함돼 있어 수사 중”이라고 확인했다.

선관위와 검찰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지난 3월 15일 인쇄업체 비컴(개인 사업자)에 약 21억원을 주기로 하고 공보물 인쇄를 맡겼다. 비컴이 다시 3월 17일 김수민 의원이 최대 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브랜드호텔에 1억1000만원에 기획·디자인을 하청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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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과정에 왕 부총장은 비컴 측에 “브랜드호텔이 디자인한 당 상징(PI·Party Identity) 비용을 대납해 달라”는 내용을 포함해 모두 2억원의 리베이트를 요구했다고 한다.

PI 개발 비용은 정당 홍보를 위한 것으로 20대 총선 선거비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왕 부총장의 요구를 받은 비컴은 브랜드호텔 당시 김수민 대표와 ‘국민의당 PI 개발, PI 개발에 따른 기본 응용체계 디자인 개발’ 건을 20대 총선 홍보물 디자인 개발 프로젝트에 포함시켜 계약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당이 경상비로 지불해야 하는 PI 개발을 선거공보 인쇄비에 포함시켜 국고로 보전해 달라고 청구했기 때문에 허위 계약이자 국고보전을 위한 허위 회계 보고를 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도 “박 의원 등 국민의당 당직자가 부풀린 대금을 되돌려 받는 데 공모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게 앞으로 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오전 선거 홍보비 2억3000여만원을 리베이트로 돌려받고 국고에서 보전해 달라며 허위 청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왕주현 사무부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선관위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김수민·박선숙(당시 사무총장) 의원을 포함한 세 사람 중 첫 소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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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부총장은 검찰 출두에 앞서 기자들에게 “리베이트를 지시·요구한 적이 없다. 리베이트가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브랜드호텔에 리베이트를 주기 위해 비컴과 대금을 부풀려 허위 계약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총선 당시 선관위에 신생 정당이라 회계를 잘 모르니 직원을 파견해 달라고 요구까지 했는데 이번 사건 고발 전까지 당에는 연락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선거 홍보를 맡았던 손혜원 의원은 이날 “우리 당은 선거공보 디자인을 30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계약했다”며 “디자인 비용으로 1억원을 준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이어 “당이 지급할 PI 홍보비를 선거비용에 포함시켜 대납한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정효식·박가영·김유빈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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