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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중단 피해기업, 특별법으로 보상해야"…정부는 "정책적 지원이 더 현명"

중앙일보

입력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부분은 노동집약산업으로 국내에선 채산성이 맞지 않습니다. 국내에서 대체생산을 유도한다는 정부 대책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금강산 내 식당을 운영하던 한 사장님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생활고와 스트레스가 쌓여 2010년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습니다. 관광 재개만을 기다리는 기업인들이 버텨나갈 힘을 주십시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 경제협력사업 중단에 따른 손실보상에 관한 특별법안 토론회’. 지난 2월 10일 가동을 멈춘 개성공단 입주 기업 등 남북 경협사업 전면 중단으로 피해를 본 사업자들의 구제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마련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현실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김서진 상무는 “정부의 경협 보험금 조기 지급과 특별 대출을 통한 자금 지원은 일부 업체들의 경영 정상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국내 생산기반이 없거나 취약한 기업에게는 대출받기도 겁나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상무는 특히 “정부의 자금 지원 조치는 ‘무상지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특별대출’”이라며 “‘지원’에 방점을 찍은 정부 발표로 국민들은 개성공단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으로 잘못 인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공단 기업의 방북 허용 ^기업 피해 보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금강산기업인협의회 신양수 회장은 “2008년 7월 11일 관광객(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정부는 182억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대출한 게 전부”라며 “정부가 남북 경협을 영원히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투자기업에 대한 손실 보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교역투자협의회 김한신 사장도 “2010년 5ㆍ24 제재 조치(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발표된 정부의 대북 제재) 이후 북한 내륙지역에 투자자산이 있는 기업의 방북이 꽉 막혀 있다”며 “투자기업들은 파산, 신용불량, 가족해체 등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광길ㆍ유욱 변호사는 “개성공단 폐쇄 등 경협사업 중단이 안보상 이유로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이들 기업에는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며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재정적 이유 등을 들어 특별법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통일부 김남중 교류협력국장은 “경협 중단에 따른 기업 손실이 ‘특별한 희생’인지에 대해 그간 사법부는 여러 차례 아니라는 판단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손실보상 특별법이 제정되면 (남북관계에서) 특수한 상황 발생시 정부의 효율적 대응이 어려워지고 정책적 탄력성도 저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 입장에서 보면 피해 보상 법제화 여부보다 정책적 대응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마련한 홍익표 의원은 “정부 (경협 중단) 조치가 적법한 것이었다 해도 국민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필요하다”며 “특히 향후 재개될 남북 경협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서라도 차제에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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