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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의 '학창 시절'] 여름 휴가에 읽을 만한 책

중앙일보

입력

벌써 유월 중순입니다. 슬슬 더워지는 날씨에 늘 하던 일도 더 지치고 힘겨워지는 때인데요. 곧 다가올 휴가 계획을 세우며 마음을 추스르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휴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여행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과열된 머리도 식히고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며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죠. 휴가철이 되면 너도나도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에 오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라는 온라인 리서치 회사에서 '여름휴가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중 절반이 넘는 51.7%가 '여름휴가에 여행을 가지 않아도 좋다'고 답했답니다.

이들이 여행 대신 선택한 휴가 아이템은 '취미활동'입니다. 평소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못했던 일을 해보는 거죠. 집안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어보는 등 소소한 일입니다.

또 빠질 수 없는 게 독서입니다. 일주일 가량의 휴식 시간을 재미있는 책에 푹 빠져 보낸다면, 그 자체로 일상에서의 탈출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충전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을 읽을 지가 관건인데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기부왕으로 유명한 빌 게이츠 역시 매년 '휴가 때 읽을 책'을 골라 '게이츠 노트'라는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가 추천한 책들이 소개됐는데요. 아직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분이라면 게이츠가 책을 참고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합니다. 올해 빌 게이츠가 추천하는 책의 주제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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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책은 『Seveneves』입니다. SF 소설의 대가인 닐 스티븐슨의 작품인데, 빌 게이츠는 "이 책을 통해 잊고 있는 공상 과학 소설의 재미를 되찾았다"는 흥분된 소감을 전합니다. 아직 이 책의 국내 번역본이 없어 원서로만 만날 수 있어 아쉽습니다.

두 번째는 『틀리지 않는 법_수학적 사고의 힘』(조던 엘런버그 지음,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입니다. 수학이라면 골머리가 아픈 보통 사람을 위한 수학책인데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일상생활에 수학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일상에 필요한 수학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면 휴가가 보람찰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닉 레인이 쓴 『The Vital Question』입니다. 저자는 저명한 생화학자라고 합니다. 빌 게이츠는 '설령 책의 세부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밝혀지더라도, 그의 에너지에 대한 탐구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책 역시 아직 국내 번역본이 없습니다.

네 번째는 일본의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의 창업자 히로시 미키타니가 쓴 『The Power to Compete』인데요. 저자는 일본이 1980년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다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 이유, 그리고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왔던 경제학자 료이치 미키타니의 아들이라고 하네요. 이 책에 일본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신선한 관점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입니다. 빌 게이츠는 아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저녁 식사 중에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류 역사 전체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인공지능과 유전공학을 포함한 다른 기술이 미래의 우리를 바꿀 것이라는 서술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의 추천도서 중 우리나라에 번역본으로 출간된 책은 『틀리지 않는 법』과 『사피엔스』뿐입니다. 이 두 권을 제대로 읽는 것만으로도 여름 휴가를 풍성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만으로는 아쉬운 분이 있다면, 강남통신에서 연재하고 있는 'Book &Talk'이 추천한 도서 중 흥미로운 책을 골라보시길 권합니다.

제 눈에 띈 책은 정여울 문학평론가가 추천했던 『철학자와 하녀』(고병권 지음, 메디치미디어)라는 철학 에세이집입니다. 특히 "책 제목을 ‘철학자와 하녀’라 지은 사연이 감동적인데, 그건 서문에서 직접 확인해보라"던 정 평론가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가 골라줬던 『옛 시정을 더듬어 (상, 하)』(손종섭 지음, 김영사)도 있습니다. 정 교수가 저자의 책을 읽고 집을 수소문해 직접 찾아갔다는 일화, 80대였던 저자를 대학원 강사로 위촉하고 자신도 학생들과 함께 그의 강의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해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남통신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박형수 기자의 '학창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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