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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MSCI 선진지수 또 무산…정부 조급증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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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 증시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지수 편입이 또 한 번 무산됐다. 정부의 전방위적 노력이 무색하게 후보군 선정 단계에서 일찌감치 ‘미역국’을 먹었다. MSCI는 15일 발표한 연례 증시 분류에서 한국을 선진지수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먼저 관찰대상국에 등재된 뒤 1년간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 중 선진지수 편입 확정’ 목표도 무산됐다.

“24시간 환전” 요구 충족 못해
관찰대상국 명단에도 못 올라

MSCI는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지수와 함께 세계 펀드들이 투자 기준으로 삼는 대표 지수다. 한국 증시는 FTSE엔 선진지수에 편입돼 있지만 보다 영향력이 큰 MSCI에는 신흥지수에 편입돼 있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은 MSCI 지수에서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만큼 한국 주식을 사들인다. 정부는 한국 증시가 신흥지수에서 선진지수로 옮겨 가게 되면 장기투자형 자금이 유입돼 증시 체질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가 선진지수 관찰대상국 등재를 올해의 주요 목표로 삼고 전력투구한 이유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MSCI는 “원화 환전성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아 투자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한국 정부가 내놓은 방안들이 2017년까지 큰 효과를 보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탈락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MSCI 요구사항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 ‘성의’를 보인 뒤 중장기적으로 간극을 좁힌다는 전략을 취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MSCI 측 요구사항 중 핵심은 원화 환전성의 개선이었다. 구체적으로 외국인투자자가 언제라도 쉽게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투자할 수 있도록 24시간 환전이 가능한 역외 환전시장을 열어 달라는 주문이었다. 수출입 비중이 높은 경제 특성상 외환시장 안정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정부는 난색을 표했다. 정부는 오전 9시~오후 3시인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오후 3시30분까지 30분 늘리는 데 그쳤다. “한국거래소의 시세정보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MSCI 측 요구도 “거래소와의 협상을 통해 해결할 일”이라고 거부했다. 외국인 통합계좌를 도입해 투자 편의성을 높여 줬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단기간 내에 MSCI 선진지수 편입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전략과 태도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원화 환전성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은 없고 추상적 입장 표명 수준에 그쳤다”며 “거래소가 아니라 정부가 주도한 것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관치금융 구조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 교수는 “대통령과 공무원의 업적 쌓기 용도로 사안을 대한다는 느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제적인 평가를 받아서 어느 기구에 들어가는 걸 경제 선진화의 증명서처럼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라며 “MSCI는 민간업자일 뿐인데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달라붙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중국 본토 A주(내국인 전용)의 MSCI 신흥지수 편입이 동반 무산되면서 정부는 한숨 돌리게 됐다. 앞서 시장에서는 중국 A주가 한국과 같은 신흥지수에 편입될 경우 신흥지수 내 한국 비중이 낮아져 수조원의 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박진석·심새롬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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