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의 이산가족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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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타율적으로 헤어져야했던 이산가족들이 지난 주말 4O년만에 다시 만났다.
이데올로기나 제도의 차이도 혈육의 정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하고 무의미하다는것을 백일하에 드러낸 극적인 순간이었다.
이번의 이산가족 재회는 우리 민족사에 새로운 일장을 열었을뿐 아니라 우리를 지켜보는 세계인에 대해 우리의 강력한 민족적 동일성, 통일과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겨레의 강인한 의지를 유감없이 과시한 일순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상봉이 허용된 사람은 1천만 이산가족중 남북을 합해 2백명에 불과하다.5만분의 1의 「행운의 소수」다.
또 가족을 만나기 위해 서울과 평양에 도착한 상당수의 이산인들이 상봉읕 못한채 되돌아 왔다.
우리는 혈육재회의 기회를 얻지못한 더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더욱 아프게 느낀다.
이제 우리는 눈물을 거두고 차분한 마음을 되찾아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야할 때다.
이번의 가족재회는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채 한낱 시범행사로 계획되고 실행됐다. 그때문에 인원이 한정되고 방문지역도 제한될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이같은 재회는 단발행사로 끝낼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돼 나가야한다.
참가인원도 늘리고 방문지역은 삼천리강토 전역으로 확대돼야한다.
사업내용도 일정장소, 짧은 기간으로 그치지 말고 기간을 늘려 함께 즐기도록 허용하며 전화와 서신으로 언제든지 연락할수 있게해야한다.
가족이 없더라도 고향을 갈수있고 친구와 친척도 만날수 있어야한다.
적십자회담은 더 이상 시간을 끌어야할 아무런 이유도 명분도 없다. 이산가족문제는 노력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해결될수 있다.
이번의 실험을 바탕으로 방문단과 공연단을 계속 교류하면서 미결문제를 조속히 종결시켜야 한다.
이번 교류기간을 통해서 또하나 가슴아픈것은 남북의 장벽이 너무나 높고 두텁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점이다.
북한동포들과의 기자인터뷰는 언어소통이 제대로 안돼 비능률을 면할수 없었다. TV들은 그들의 발언내용을 자막으로 처리하지 않을수 없었다.
더구나 다수의 북한성년과 어린이들이 아직도 우리가 헐벗고 굶주리면서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는 것으로 알고있다는 사실엔 아연치 않을수 없다.
이제 우리는 우리를 갈라놓은 허구에서 벗어나 민족사의 정도를 찾아 걸어가야 한다.
이번 가족상봉을 통해 표출된 우리 민족의 강력한 염원과 의지가 앞으로의 남북대화와 교류에 반영되어 결실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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