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선 15가족이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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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높고 두껍게만 느껴졌던 분단의 벽도 혈육의 정만은 막지 못했다.
이날 상오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 해바라기홀에서는 북에서 온 이산가족고향 방문단 50명중 15명이 우리측의 부모형제 및 친척들을 만났다.
이날 상봉가족들은 숙소에서 면회가 끝난뒤 함께 점심식사를 나눴다.
남북이산가족들은 이날상오 2시간동안의 상봉에서 지나간 단절의 세월을 원망하며 부둥켜안고 오열을 터뜨렸다.
그중에는 차마 말을 잇지못하고 두손을 마주잡은채 눈물만 흘리는 형제도 있었고, 귀먹은 8순노모의 귀에대고 큰소리로 『맏아들이 왔다』고 외치는 모자의 상봉장면도 보였다.
당초 이날 서울의 1차상봉에서는 모두 30가족이 만나기로 되어있었으나 예정상봉시간인 상오9시30분 직전 돌연 북적측에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고 『오늘은 15가족만 만나게 하자』고 했기 때문에 상봉시간이 30분이나 지연됐다.
상오10시 정각 이영덕 한적부총재와 계성필북적위원장등 양측 적십자대표단이 먼저 상봉 장소에 입장, 전면에 위치한 「일」 자형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으며 뒤이어 들어온 북측 고향방문단 15명은 한적안내원들의 안내로 꿈에 그리던 부모 형제의 테이블로 향했다.
한펀 한적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상봉장소에 나와있던 우리측 이산가족중 이날 갑작스런 북적태도 변화로 북의가족을 만나지 못하게된 사람들은 옆 테이블에서 이뤄지는 상봉장면을 눈물을 글썽거리며 바라보다 발김을 되돌렸다.
이에앞서 우리측의 상봉대상 30가족(모두 51명)들은 상오9시 미리 상봉장소에 나와 초조하게 기다렸으며 이들이 기다리는 동안 실내에는 『두만강』등 흘러간 가요들이 잔잔히 흘러나왔다.
이날의 상봉은 그동안 한적이 이북5도청등 관계기관의 협조아래 이뤄졌다.
이날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의 남북상봉자는 다음과같다.
▲유묘술씨 (83 서울성북)와 2남 서장석씨 (52)=북의 아들과 형 서형석씨(54 대학부교수) ▲홍연만(65 강원 강릉시) 연옥 (65 대구시 서구) 씨 형제=북의 동생 연구씨(58) ▲이하무씨 (65 서울 전기업)=6 25때 행방불명된 동생 본무씨 (58) ▲박기운씨=북의형님 기만 해춘 (53 평양교육위) 씨 ▲권오경씨 (55 서울 가락동) =북의 외조카 이은구씨(55) ▲전영윤 (49) 전영금 (43 여) 남매=북의 형님과 오빠 전성복씨(52)▲조재분씨 (50 여 경남사천)=북의 오빠조수환씨 (58·대학교수) ▲이선숙씨 (61 여)와 삼촌 중암(77)종암(73)씨=동생 이영재씨 (58 공장지배인) ▲전성희씨 (73 경북예천)와 시동생 김범진씨 (52)=조카 김광한씨 (40 평양농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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