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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 많고 빌린 배도 다양…현대보다 복잡한 한진 용선료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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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된데 비해 한진해운은 비교적 최근 협상을 시작했다. 본지가 입수한 클라크슨 자료를 토대로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을 전수 조사한 결과, 협상은 가시밭길로 전망된다.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에 선박을 빌려준 선주(船主)가 많고, 선박 유형도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라크슨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기준 한진해운이 용선한 컨테이너 선박(58척)의 선주사는 21개다.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35척) 용선주는 5개사였다. 현대상선보다 테이블에서 마주할 대상이 4배 이상 많다는 의미다. 모든 선주의 동의를 얻어야하는 용선료 협상은 선주 구성이 다양할수록 타결 가능성이 줄어든다.

선주사 국적도 다양했다. 한진해운은 9개국 선주로부터 배를 빌렸다. 독일(32.1%)·일본(24.1%)· 그리스(13.8%)·캐나다(12.1%) 등 다양한 용선주와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하다. 용선 선박 총규모가 1만TEU(1TEU: 20피트 컨테이너 1대) 이상인 용선주만 7개사다. TEU 기준 최대 용선주(7만TEU·7척)인 시스팬은 용선료 인하 요청을 공개적으로 거절한 바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용선 선박의 절반(48.9%)가량을 그리스 선주들에게만 빌렸다.

선박 종류도 다양했다. 현대상선이 용선한 배는 11종인데 비해, 한진해운이 빌린 배의 종류는 30개에 달했다. 용선료 협상은 배의 연식·종류·연료효율성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선박 유형이 다양할수록 협상 전략도 복잡해진다.

용선료 협상은 컨테이너선이 핵심이다. 벌크선은 통상 용선기간이 3~5년 안팎인데 비해 컨테이너선은 최소 10년에서 25년 동안 배를 빌리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용선 기간이 긴 이유는 화물 특성 때문이다. 컨테이너선은 일단 항로를 설정하면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수년 이상 정기적으로 배를 띄운다. 특정 시간에 배가 출항한다는 사실을 화주들이 인지하면 화물도 증가하기 때문에 당장 손실이 나더라도 계속 항로를 운항한다.

이에 비해 벌크선은 배를 이용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운임 등락폭이 커서 장기 용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벌크선은 국제 투기 세력이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과 6개월 만에 운임이 100분의 1로 하락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컨테이너선은 2009년 이후 운임 등락폭이 8배 이내였다”라고 설명했다.

협상 조건은 난항이 예상되지만 한진해운은 상대적으로 항로·선박 경쟁력이 뛰어나다. 선주들이 현재 한진해운 상황을 일시적으로 보고 용선료 인하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한진해운이 순조럽게 용선료 협상 타결을 이끌어낼 것이란 전망의 근거다.

한진해운 측은 “이미 모든 용선주와 한 차례씩 접촉해 선주들의 제안을 들었고,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구체적 제안을 정리하는 단계”라며 “계획대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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