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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압수수색 … '가신 5인방'의 역할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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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구속된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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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용(65·롯데물산 사장)

노병용(65·사진) 롯데물산 사장은 영어(囹圄)의 몸인 상태다. 그는 지난 11일 오전 4시께 구속 수감됐다. 노 사장은 롯데마트 영업본부장 재직 당시 ‘가습기 살균제’ 출시에 따른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노 사장은 일단 변호인 접견을 통해 롯데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을 보인다.

노 사장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 소식을 보고 받은 것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하면서 점심식사를 하던 10일 정오께였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노 사장이 변호인을 통해 압수수색 등 주요 상황에 대해 전달받은 뒤 탄식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 사장은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던 지난해 8월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대표 37명에게 전화를 돌려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인물이다. 롯데 계열사 사장 중 최고참으로 당시 기자회견에서 “신동빈 회장이 적임자인 것에 의견을 함께 하고, 지지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대표로 낭독했다.

당시 언론이 집중적으로 다뤘던 ‘일본 기업 논란’에 대해서도 “롯데그룹의 모든 회사는 국민과 더불어 성장한 대한민국 기업으로,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정면돌파하기도 했다.

노 사장의 부재로 롯데물산은 박현철 전무의 대행 체제로 꾸려지고 있다. 박 전무는 이인원 부회장과 의논하면서 올 연말로 다가오는 제2롯데월드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롯데그룹 넘버 2' 이인원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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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원(69·롯데쇼핑 정책본부 본부장, 부회장)

‘롯데그룹 넘버 투’인 이인원(69·사진) 부회장은 13일 아침 일찍 긴급 회의로 하루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검찰의 대규모 압수수색 이후 이 부회장의 첫 출근이다. 롯데그룹의 한 임원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우니,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지 않겠느냐”며 “신동빈 회장의 귀국 때까지 수사 대응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롯데그룹 내부에선 신 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과 이후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검토를 하고 있다. 만일 신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거나 구속 등 사법처리 될 경우, 이인원 부회장은 롯데그룹 경영을 대행하고 사태 수습을 할 적임자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모태 신앙으로 기독교를 믿고 있으며, 술은 한 잔도 입에 대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젊은 시절에는 술을 마시기도 했다는데 최근 10년간 이 부회장이 술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성품은 꼼꼼한 편이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당시, 내부 결속을 이끌고 ‘신동빈 체제’를 지원한 것도 이 부회장이었다. 그는 당시 그룹 인트라넷에 올린 ‘임직원에게 전하는 글’에서 최근 경영권 분쟁은 “롯데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입장을 피력했고, 신 회장에 대해서는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유능하고 검증된 사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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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준(60·롯데백화점 대표)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백화점의 이원준(60·사진) 대표도 13일 주요 임원들과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별관에서 밤 10시까지 고강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 2012~2014년 롯데면세점 대표를 맡았다. 검찰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대가로 뒷돈을 받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이번 검찰 압수수색에선 롯데백화점 내 해외사업·해외명품·마케팅·기획 부문 등도 모두 대상에 포함됐다.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에서 이 대표는 발 빠르게 내부 단속에 나섰다.

조사 다음날인 11일 그는 백화점 임원 10여 명을 호출해 긴급 임원 회의를 주관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각자 위치에서 흔들림없이 부문별로 직원들 동요를 막아야 한다”는 등의 주문을 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평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성품이라고 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가신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조용한 성격”이라고 했다.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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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세(66·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 단장)

소진세(66·사진)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 단장은 현재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해외 출장 중이다. 지난 7일부터 멕시코 칸쿤을 거쳐 미국 루이지애나, 일본으로 이어지는 신 회장의 출장에 동행해 10일 검찰의 압수수색 현장을 겪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리를 비운 사이 본사 사무실은 물론 자택까지 압수수색 당해 본인은 물론 그룹 안팎에서도 침통함이 더 했다고 한다.

소 사장은 2014년 2월 롯데슈퍼 사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려던 것을 그해 8월 신 회장이 직접 대외협력단장으로 불러들였다. 당시 제2 롯데월드 각종 안전사고, 롯데홈쇼핑 비리 문제 등이 불거지자 문제점을 바로잡고 롯데의 이미지와 직결된 홍보·대관 업무를 맡긴 것이다. 검찰에서는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사장과 함께 롯데 정책본부의 3인방으로서 소 사장 역시 주요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 그는 강한 추진력과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대내외적인 현안을 원만히 처리해 왔다는 것이다.

통상 회장 출장 동행의 경우 일정을 끝까지 함께 하지만 검찰 수사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중간에 소 사장만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롯데쇼핑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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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61·롯데그룹 회장,왼쪽)과 황각규(61·롯데그룹 쟁책본부 운영실장)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황각규(61·사진) 롯데그룹 쟁책본부 운영실장(롯데쇼핑 사장)은 13일 오전 9시 17분 서울 소공동 롯데그롭 본사 26층 집무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 10일 검찰이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압수수색한 이후 첫 출근이다. 지난 주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세계소비재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출국금지에 따라 출장이 취소됐다.

그는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힌다. 지난 1990년 신 회장이 한국으로 건너와 당시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 위치에서 경영자 수업을 받을 때 바로 아래 부장으로 일했다.

신 회장은 2004년 그룹의 정책본부를 만들어 수장을 맡을 때 황 사장을 국제실장으로 데려왔고, 이후 줄곧 굵직굵직한 그룹의 인수·합병(M&A)을 도맡아 왔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이후 신 회장이 발표한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등 지배구조 투명화 방안도 그가 진두지휘했다. 평소 ‘브레인’이미지에 저돌적인 추진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황 사장이 대부분의 주요 안건을 지휘·총괄해왔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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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재계와 법조계에선 그룹내 핵심적인 이력 때문에 그가 이번 검찰 수사의 핵심 표적이라는 전망이 왕왕 나온다.

황 사장은 당분간 이런 위치를 감안해 신중하게 조직을 추스릴 계획이다.

이소아 이현택 곽재민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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