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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 등산객 살인사건' 피의자 자수···"돈 빼앗으려다"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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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경찰서 제공

경기도 의정부시 사패산 50대 여성 등산객 살해 사건의 피의자가 경찰에 자수했다.

11일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10시55분쯤 정씨(45·무직)가 “내가 사패산에서 등산객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전화로 자수했다. 경찰은 강원도 원주로 형사들을 급파해 11일 오전 0시30분쯤 도로에서 정씨를 검거했다. 정씨는 경찰 압송 과정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정씨는 J씨가 숨졌고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압박을 느껴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산에 올랐다가 혼자 있는 여성을 보고 돈을 뺏으려 했고, 저항해서 폭행한 뒤 지갑을 빼앗아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정씨는 지갑에서 현금 1만4000원만 챙긴 뒤 범행현장에서 200m가량 내려와 미끄럼방지용 멍석 밑에 지갑을 숨겼다. 경찰은 이날 오전 신용카드와 도서관 카드가 든 J씨의 지갑을 찾았다.

박원식 의정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정씨와 피해자 J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로 확인됐다”며 “공사장 등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정씨는 자수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백과 함께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신발 자국과 정씨의 신발이 일치한 점을 확인하고 정씨의 신분을 용의자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다. 경찰은 정씨의 머리카락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의 DNA와 일치 여부를 확인 중이다. 경찰은 정씨를 상대로 살해 동기와 수법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7시10분쯤 의정부시 사패산 8부 능선 등산로에서 혼자 산행에 나섰던 J씨가 하의 일부가 벗겨져 숨진 채 발견됐다. 주변에는 막걸리와 김치·과자 등 먹다 남은 음식물이 있었다. 부검 결과 J씨는 팔·다리·몸통 등 전신에 외부의 힘에 의한 타박상 있고, 머리에 외부 충격에 인한 손상(지주막하출혈)과 경부압박(목 졸림)이 병행되면서 질식사 한 것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

또 둔기가 아닌 손 또는 발로 맞아 머리가 손상된 상태에서 목이 졸려 숨졌을 가능성이 크며, 성폭행 흔적은 부검 상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신용카드가 든 지갑이 없어진 점 등으로 미뤄 강도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었다.

경찰은 성폭행 미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남성의 체모 5가닥을 발견, 이중 돗자리에서 발견된 음모 한 가닥에서 DNA를 확보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범인이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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