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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용 영장 발부로 충격의 롯데물산 "참담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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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참담합니다. 뭐 더 할 말이 있겠습니까.”

11일 새벽 4시 30분 서울중앙지법이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 롯데물산의 한 임원이 내뱉은 탄식이다. 그는 “당장 올해 말에 롯데월드타워를 오픈해야 하는데 수장이 사라져 공황 상태”라고 덧붙였다. 노 사장은 롯데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와이즐렉’의 개발 당시 영업본부장이다.

노 사장은 영장실질심사(10일)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팀장급 이상 간부를 모아놓고 ‘마지막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지난 40년을 되돌아 보니, 열심히 앞만 보며 달려왔다”는 말을 꺼냈다. 1979년 9월 롯데백화점 대졸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롯데백화점 기획이사·판매본부장(전무),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전무)·대표(사장) 등을 지냈다.

예순 셋의 나이인 2014년 12월 롯데물산 사장으로 발령받았을 때에도 그는 ‘마지막 자리’라는 마음가짐을 유난히 강조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제2롯데월드(롯데월드몰·타워)의 안전성 논란, 주변 싱크홀 우려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꾸준히 롯데월드타워 공사를 진행했다. 9일 회의에서도 그는 “롯데물산에 오고 난 1년 5개월 10일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하지만 아직까지 롯데월드타워의 본격적인 오픈까지는 약 6개월 가량이 남았다. 롯데물산 측은 노 사장의 없는 동안 박현철 사업총괄본부장(전무)이 대표 대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룹 일각에서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드 보이’ 격인 이원우 총괄대표를 대표이사로 컴백시킬 것이라는 설(設)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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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롯데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무급인 박 본부장이 회사를 이끌기는 무리가 있고, 제2롯데월드의 지난 일을 잘 아는 사장급을 기용하지 않겠느냐”고 봤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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