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와 재정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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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활성화를 위해 내년예산을 늘리자는 민정당의 주장에 대해 정부도 긍정적인 편이어서 아무래도 내년예산은 팽창예산이 될 전망이다.
상반기까지의 경제운용 실적으로 보면 지금의 경기는 정부의 대책을 필요로 할 만큼 처져있고 또가까운 시일안에 크게 개선될 빌미도 없어 보인다.
반면 전면적인 수요진작과 경기활성화로 나갈 계제도 못된다. 당장의 국제수지관리조차 어려운 싯점에서 추가적인 외채부담을 감내할 여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재정을 효율있게 운영하면 제한적이나마 경기대책적으로 활용할수 있을것이다.
여당측은 정부의 안정화시책이 고수될 경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것으로 보고 내년 성장률을 7%이상 유지하려면 재정투자를 확대, 고용증대와 경기활성화를 기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시각은 현재의 제반경제여건에 비추어 들어볼만한 주장이다.
재정은 안정적·긴축적 통화중립적으로 운용되는것이 바람직하나 지금처럼 경기의 다른 돌파구가 없는한 경기조절수단으로의 효용이 커질수 밖에 없다.
재정을 경기대책적으로 운영할 경우 문제되는것은 그 정도와 수단이다. 현재 논의되고있는 수준은 13조7천억원선인데 이는 올해에 비해 10%가 넘는 증가율이다. 더우기 추경을 제외한 올해 본예산에 비하면 12%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재정증가률은 그 활용이 경기대책에 유효하다해도 우선은 세입의 문제를 유발할수 있다.
올해 경제는 하반기의 경기호전이 부분적으로 실현되어 지금의 기대처럼 하반기 7%성장이 이루어져도 연간실성장은 6%에 미달할것이 분명하다. 내년도 7%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나 세계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한 처지에 그조차 낙관하기 어렵다. 이경우 내년재정의 세수가 12%의 지출증가를 과연 뒷받침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정적자의 대폭 확대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정확대는 그 수단과 경로를 엄선하여 최대의 효율적 집행을 추구해야하며 동시에 확대폭도 어느정도 적자는 감수하더라도 필요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안될경우 재정의 낭비와 적자만 늘리고 경기효과는 분산되는 재정인플레로 이어질수 있다.이렇게되면 그동안의 안정기조는 물론 산업과 민간의 구조개선과 효율화노력에 크나큰 타격을 줄뿐만 아니라 국제수지에 중대한 주름을 미칠것이다.
적극적인 재정운용은 따라서 보다 큰 정부사업의 효율화와 소비성 지출의 절제를 수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점에서 보면 재정의 총규모만 늘리는 방식보다는 재정안에서 부문간 재원이동과 잠정적 전용등 활용가능한 수단을 먼저 강구하고 절대규모의 증가는 필요최소한으로 절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하다면 회계간 균형화를 일시 유보하는것도 불가피할것이다.
적극적이되 더욱 짜임새있는 예산운용이 내년에는 더욱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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