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불법과외입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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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니, 지금까지 몇해 동안이나 괜찮았던 것이 이제와서 갑자기 불법이 된단 말입니까』『법이 바뀌었으면 모든 사람이 알게 해야지 자기들끼리만 알고 멋대로 집행을 해요.』『도대체 아파트단지 안에서 10여명 이상 어린이들이 모여 공공연히 춤주고 노래하고 놀이를 하며 영어를 배우는 것이 무슨 불법과외라는 거죠.』
20대후반, 30대초반이 대부분인 엄마들은 입을 모아 당국의 단속이 경우에 맞지 않는다고 열을 올렸다.
5일 상오10시 서울역삼동 뉴욕제과에 모인 80여명의 이들 학부모들은 전날 서울시경의 과외단속에 따라 졸지에 「과외학부모」가 된 2백65명중 일부.
『과외단속은 왜 하는 거죠. 설마 「단속」을 하기 위해서 「단속」하는 것은 아니겠지요.』이들은 당국이 어린이들의 조기교육을 강조할 때는 언제이고 무더기로 단속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의아해했다.
한 주부는 과외단속의 근본 뜻이 입시에 합격하기 위해 수십만원씩 들여 하는 비밀 공부를 막자는 것일텐데 한달에 1만5천원씩 내고 무용 등을 배우며 영어를 익히는 것까지 막자는 것이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이날 모인 학부모들은 대부분 서울강남과 과천 아파트단지 주부들. 전날 적발소식을 듣고 끼리끼리 연락, 이날 강남지하철역 구내에 모이기로 했다가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지 삼삼오오 근처의 뉴욕제과로 들어가 주최자 없는 총회(?)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주부들은 1시간여 성토 끝에 어지간히 직성이 풀렸던지 더 이상의 구체적인 대책은 거론하지 않고 하나 둘 흩어져 나갔다.
자기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만들어진 법을 주부들은 끝내 납득 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최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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