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대감에 관심 커지는 채권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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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금리 역전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채권값 상승을 노리는 투자 자금이 채권형 펀드로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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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기준금리(1.5%)보다 낮은 1.38%다. 국고채 3년 물 금리는 지난 4월 1.45%대로 하락했고 지난달 9일엔 1.41%까지 내려갔다. 5월 말 1.5%로 반등하기도 했지만 6월 들어 다시 떨어졌다. 지난 2월 4일 1.49%를 기록한 이후 4개월 가량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2월 이후 기준금리보다 낮았다. 5년 만기 국고채도 7일 1.49%를 기록하며 기준금리 아래로 처음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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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때문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점진적 금리인상’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Fed가 6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작아졌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로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작아졌기에 이를 틈타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에서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달간 1조, 연초이후 4조 몰려
주식펀드는 올들어 2조 빠져
안전자산 선호 커진 것도 원인
미 금리인상 땐 손실…신중해야

실제 채권 시장은 술렁이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연초 이후 채권형 펀드에는 7일까지 4조 1577억원이 유입됐다. 지난 1개월 동안 1조2317억원, 최근 1주일 동안에도 3693억원이 꾸준히 들어왔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연초 이후 2조3315억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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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건 채권값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채권시장 금리도 하락하게 된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는 건 채권 가격이 그만큼 비싸진다는 의미다.

불안정한 증시 영향도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경기 회복의 신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권형 펀드 내에서도 확인된다. 연초 이후 단기국공채펀드에 7472억, 단기채권펀드엔 8761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회사채펀드엔 530억원만 모였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조선이나 해운 등 주요업황이 좋지 않아 안전자산인 국공채나 단기채권펀드에 자금이 쏠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형 펀드 중에는‘키움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 ETF’가 연초 이후 6.7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 ‘NH-Amundi Allset국채10년인덱스(3.65%), ‘삼성KODEX10년국채선물ETF(3.58%), 미래에셋퇴직플랜(2.50%) 등이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채권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이달은 아닐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한 만큼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꾸는 것이 한은으로선 조심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금통위원들이 13일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여부를 지켜본 뒤 7월에 국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해도 된다는 의견이 다수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김문일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에 Fed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미국 전체 경제지표가 좋아 올해 두 번 정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채권금리를 비롯한 국내 시장금리가 따라 오를 수 있다”며 “채권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대규모 국고채 매도가 이어지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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