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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있는데 볼만한 영화가 없었다"|여름극장가에 10년만의 호황바람-그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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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름극장가에 관객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올여름 들어 외국영화 2편이 한꺼번에 우리나라 영화사상 흥행기록 2위를 넘어서는가 하면 국산영화의 흥행기록도 종전의 기록을 깨고 있다. 영화팬들은 표를 사기위해 이른 새벽부터 극장앞에 늘어서는 풍경이 수년만에 빚어지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이를 두고 『60년대의 호황바람이 다시 이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이대로만 나간다면 10년동안 계속되어온 불황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로부터 히트의 배경과 전망을 알아본다.
극장에 사람이 몰린다는 것은 아뭏든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제작개방의 취지를 살린 개정영화법의 시행을 앞두고 그 전망이 우려됐던 시기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우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배창호감독의 『깊고 푸른 밤』이 지닌 소수 민족적 삶의 접근과 좌절 등 강한 영상의 흡인력은 오늘의 젊은 관객들에게 아픔의 한 부분으로 와닿는 연민이었을뿐 아니라 그뒤를 잇는 신인감독들에게도 큰 자극이 돼주었을 것이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선보인 『킬링 필드』와 『인디애나 존즈』 『람보2』는 극장에 쏠리기 시작한 일반인의 관심을 확산, 상승시키는 촉매작용을 하였다.
최근 개봉된 『땡볕』(하명중 감독) 『돌아이』(이두용 감독)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송영수감독) 등 일련의 작품들이 그런대로 호응을 받은 것도 『깊고 푸른 밤』이후 한층 뚜렷해진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영화인들의 책임이 무거워졌다.
어깼거나 요즘 일고있는 영화붐은 일찌기 찾아볼 수 없는 특기해야할 현상이다. 이번 경우처럼 한국·외국영화가 고루 40만명을 넘어 80만명의 관객을 바라보게 된 예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떤 힘이 이 영화들을 장안의 화제로 만들게 했을까.
우선 관객들의 심리를 꿰뚫은 욕구충족의 인터테이먼트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킬링 필드』가 참담한 전쟁(캄보디아)에 뛰어들어 생사의 고락을 나눈 두 인간의 우정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인디애나 존즈』는 한 낙천주의적인 고고학자를 내세워 활동사진적 활극의 재미를 추구했으며 『람보2』는 미국이 베트남에서 당한 패배를 허구(허구)의 방법으로나마 회복하려는 카타르시스적 성격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킬링 필드』의 국경을 초월한 휴머니티, 『인디애나 존즈』의 현란한 모험의 극복, 『람보2』의 통쾌한 액션 등을 통해 느끼게 되는 것은 우상이 없는 현대의 영웅주의에 대한 강렬한 갈망이다.
이 세 작품은 공교롭게도 각기 시선은 다르나 그러한 히로이즘의 갈증을 유감없이 해갈시켜 주고 있다. 그 바탕이 되고있는 것은 물론 미국적인 낙천주의다.
『킬링 필드』와 『람보2』는 한국인이 겪었거나(6·25) 관련했던 상황(월남파병)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공감을 주었으며 『인디애나 존즈』는 한치의 잡념도 허용치 않은 「스티븐·스필버그」의 놀라운 위기감 조성, 얄미울만큼 기발한 테크닉의 팬터지가 관객을 매료시킨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읽을수 있을진 몰라도 예술적인 깊이를 기대한다는 것은 마치 대중가요를 들으면서 클래식을 요구하는 어리석음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모처럼 이뤄진 영화에 대한 신뢰의 분위기가 정착돼 우리영화가 활성화되도록 영화인들은 더욱 눈을 밝혀 독창적인 소재의 발굴에 접근해야할 것이다.
김종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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