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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상이냐, 세금감면 축소냐…20대 국회 첫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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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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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의장(오른쪽)이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변 의장은 전날 “이명박 정부 때 내린 법인세율을 돌려놓겠다”고 밝혔다. 왼쪽은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뉴시스]

법인세 인상이 20대 국회의 첫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6일 “(20대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면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며 “이명박 정부 때 내린 법인세율을 그 이전으로 돌려놓겠다”고 말했다.

더민주 “법인세 인상 당론 추진”
안철수 “실효세율 제대로 손봐야”
당·정 “건드리면 역효과 우려”

법인세 최고세율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25%에서 22%로 낮췄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부추기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이후 기업의 투자는 살아나지 않고 사내유보금만 불어나자 법인세 최고세율을 원위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 4·13 총선에서 더민주는 이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실효세율’ 문제를 들고 나왔다. 안 대표는 지난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순이익 5000억원 이상 기업의 실효세율은 16% 정도인데, 5000억원 이하 기업은 18%로 돈을 더 많이 버는 기업이 세금을 적게 낸다”고 밝혔다. 명목세율을 올리기 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형평성 문제를 제대로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는 완강하다. 법인세는 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 혁신비상대책위원을 맡고 있는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7일 혁신비대위 회의에서 “기업의 투자를 어렵게 하고 해외 탈출을 부추겨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는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세목”이라며 “주변 경쟁국이 법인세를 줄여나가는 상황에서 한국만 올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법인세 실효세율도 대기업이 중견·중소기업보다 높다며 국민의당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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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효세율을 둘러싸고는 통계조차 엇갈린다. 안 대표가 인용한 실효세율은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자료다. 지난해 최재성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계산해 본 결과 1~10대 기업의 실효세율은 17%로 91~100대 기업 20.7%보다 낮다”며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세 부담 역진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국세통계연보를 토대로 자체 분석한 결과 실효세율은 중소기업 12.5%, 중견기업 16.5%, 대기업 17.3%라는 자료를 냈다. 여기다 외국에서 낸 법인세까지 더하면 실효세율은 중소기업 12.6%, 중견기업 17.4%, 대기업 19%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여야와 정부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를 근거로 법인세 찬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객관적 기준과 데이터 없이는 논란만 가중될 공산이 크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법인세 실효세율은 대기업의 범위와 과세 기간 등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며 “해외 선진국은 법인세 명목세율은 낮추되 비과세 감면 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방법으로 실효세율은 일정하게 유지한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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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상 논란과 별개로 올해 법인세 수입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올 1~3월(1분기) 15조8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조원의 법인세가 더 걷혔다. 2013년 1분기 11조2000억원, 2014년 1분기 11조4000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지난해와 올해 정부의 법인세수가 크게 늘었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2%대로 가라앉은 상황에서 벌어진 기현상이다. 기재부는 “비과세 감면 제도를 꾸준히 축소한 덕분”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의 얘기는 다르다. 법인세는 매출이 아닌 수익에 매기는 세금이다. 매출보다 수익에 초점을 맞춰 ‘긴축 경영’을 하는 기업이 많아 법인세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대로 내려간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이어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고 비판 받는 비과세 감면을 줄여가는 식으로 실효세율과 명목세율의 격차를 좁혀가는 정공법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에 김유찬 교수는 “30년간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법인의 소득은 4~5배 늘었지만 법인세수는 약 2배 정도 증가했다”며 “비과세 감면 제도 축소와 함께 대기업 명목세율도 함께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실효세율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법인세의 비율. 세법에서 정한 법인세 세율(10~22%)이 있지만 기업의 규모와 해당연도에 낸 수익에 따라 세금은 달라진다. 각종 공제와 감면 혜택이 있어 실제 내는 세액은 기업마다 차이가 있다. 실효세율과 달리 법으로 정한 세율은 명목세율 또는 법정세율이라고 부른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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