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팀 맡은 안데르센, 자국서 비난 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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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능라도 경기장 앞에서 북한축구 관계자와 악수하는 안데르센 감독(왼쪽). [사진 안데르센 블로그]

“본인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노르웨이 언론 “믿기 힘든 결정”

노르웨이의 주요 인사들이 북한 축구대표팀을 맡은 예른 안데르센(53·노르웨이) 감독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를 통해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에 부임한 사실이 알려진 안데르센 감독은 현재 평양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자 프로팀(산네피오르 FK) 감독을 맡고 있는 라르스 보히덴(47) 감독은 7일 노르웨이 일간지 다그블라에트와의 인터뷰에서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한 전체주의 국가에서 직업을 갖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을 굶주리게 만든 정부의 축구감독을 수락하다니 믿기 어렵다”면서 “안데르센에게 이런 자리를 소개해준 사람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3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필리핀과의 최종전에서 2-3으로 역전패를 당해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한 뒤 안데르센 감독을 영입했다. 안데르센 감독의 대리인은 “독일 출신 감독을 원하던 북한이 1993년 마침 독일 시민권을 딴 안데르센에게 감독직을 제의했고, 그가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외부 세계와는 단절된 북한이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현역 시절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1989-90 시즌) 출신인 안데르센 감독은 1991년 헝가리 출신 팔 체르나이 감독에 이어 북한축구협회가 두 번째로 영입한 외국인 지도자다.

그러나 욘 페데르 에게네스 국제엠네스티 노르웨이지부 사무총장은 “안데르센 감독이 북한으로 간 건 폐쇄적인 북한 정권을 위해 일한다는 뜻이다. 그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노르웨이 매체 VG가 ‘안데르센 감독이 북한 감독직을 맡은 게 옳은가’라는 내용의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부정적(54%)’이란 답한 사람이 ‘긍정적(46%)’이라고 답변한 이보다 많았다. 안데르센 감독의 동생인 헤닝 안데르센은 “형 예른이 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건 처음이다. 이달 말엔 그의 아내도 북한에 들어갈 계획”이라면서 “그는 북한 대표팀을 지도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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