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최상 수준 의전 제공…언론보도엔 북한 의식해 민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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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수장으로서 처음 쿠바를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쿠바도 의전 등에 있어 ‘성의 표시’를 보였다.

현지에서 윤 장관이 이용한 차량은 판매가 1억원에 이르는 고급 외제차였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 에스코트 차량이 호위했고, 교통신호 통제까지 해줬다. 한 외교관은 “이는 최상 수준의 의전”이라고 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우방국에서 해주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의전을 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의 양자회담에도 고위급 인사가 배석했다. 헤라르도 페날베르 양자총국장으로 차관보급이다. 한국 측에선 국장급이 배석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페날베르 총국장은 양자관계를 총괄하는 쿠바 외교부의 고위급 인사”라며 “그가 배석한 것 자체가 우리와의 양자회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 등에는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초 한·쿠바 외교장관 회담은 윤 장관의 쿠바 방문보다 훨씬 전에 확정됐지만, 외교부 측은 사전 발표를 하지 않았다. 공식적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외교가에선 양국 모두 북한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한 소식통은 “쿠바로선 혈맹인 북한이 질색할 일을 예고까지 하며 대대적으로 사전에 공개하기 싫었을 것이고, 우리로선 사전에 소식이 나가면 북한 측에서 이를 막기 위한 시도를 할 수도 있단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 측은 회담 뒤 사후보도를 하는 것도 꺼려 했으나, 한국과 협의 끝에 이는 승낙했다고 한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 때도 한국 취재진은 직접 양자회담장에 가서 회담 초반 분위기를 취재했으나, 쿠바 측 취재진은 없었다.

유지혜 기자, 아바나=외교부 공동취재단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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