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하늘로 떠난 네살 아들, 게임에 담은 아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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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개발한 아버지 라이언 그린과 아들 조엘. 다큐의 한 장면이다

올초 한 미국인 아버지가 만든 비디오 게임이 전 세계 게임계를 흔들고 있다. 제목은 ‘댓 드래곤, 캔서(That Dragon, Cancer)’. 15년차 게임 개발자 라이언 그린이 2014년 네 살 때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들 조엘의 짧은 생을 애니메이션 형태로 담아냈다.

뇌종양을 무서운 용으로 치환
가족의 힘으로 함께 맞서 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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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때 숨진 조엘의 암 투병기를 바탕으로 만든 비디오 게임 ‘댓 드래곤, 캔서’의 이미지.

게임의 미션은 소아암으로 투병하는 아이 조엘의 부모 되기. 아이를 꼭 껴안고, 함께 놀아주고, 멋진 기사가 된 조엘과 함께 ‘암’이라는 이름의 무서운 용(Dragon)과 맞서 싸워야 한다. 2시간 남짓한 게임 시간 동안 게이머의 선택권은 많지 않다. 심지어 마우스를 놓고 그저 지켜만 봐야 하는 순간도 있다. 점점 더 병세가 악화되며 고통스러워하는 아이 대신 아파해줄 수 없음을 한탄하며. 의사의 마지막 선고를 듣는 순간도 게이머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어느덧 천진난만한 조엘을 사랑하게 된 게이머가 게임을 도중에 그만두기는 쉽지 않다.

그린은 조엘이 생후 1년 만에 악성 뇌종양 판정을 받은 순간부터 아들의 웃음소리, 행동 하나하나를 기록했다. 게임에서 들리는 조엘과 가족들의 목소리, 숨소리는 그린이 녹음한 음원을 토대로 만들었다.

개발 초부터 화제가 됐던 게임의 제작 과정은 다큐멘터리 ‘지금이라는 이름의 선물’(Thank You for Playing, 데이비드 오시트·말리카 조할리-워럴 감독)로 만들어져 지난해 EBS 다큐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최근 내한한 그린은 “조엘이 죽은 후에도 모두에게 사랑받길 바랐다”는 말로 제작 배경을 밝혔다. 게임의 고정관념을 깨며, 진심이 담긴 스토리 텔링의 힘을 보여줘, 콘텐트 업계의 관심을 끄는 사례다. 게임은 홈페이지(www.thatdragoncancer.com) 등에서 유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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