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뻥 뚫린 수비…한국 축구, 스페인에 1-6 대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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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벽은 높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유럽 강호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큰 점수 차로 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4위 한국은 2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끝난 스페인(FIFA 랭킹 6위)과의 평가전에서 주세종(FC 서울)이 만회골을 넣었지만 1-6으로 대패했다. 한국 축구가 A매치에서 5골 차로 패한 건 2001년 8월 15일 체코전(0-5 패) 이후 처음이다. A매치 한경기에서 6골을 내준 것도 지난 1996년 아시안컵 8강전 이란전(2-6 패) 이후 20년 만이다. 최근 A매치 16경기 연속 무패(13승3무) 행진을 이어왔던 상승세도 꺾였고, 스페인과의 역대 전적도 2무4패가 됐다.

스페인전은 지난 2014년 10월 울리 슈틸리케(62) 축구대표팀 감독이 부임한 뒤, 첫 유럽 팀과의 경기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4-2-3-1 전술로 원톱 공격수에 황의조(성남 일화)를 포진시키고, 2선 공격진에 손흥민(토트넘)·남태희(레퀴야)·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수비형 미드필더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한국영(알 가라파), 포백 수비에 윤석영(찰턴)·김기희(상하이 선화)·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장현수(광저우 부리), 골키퍼로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을 출전시켰다. 이에 맞서 스페인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다비드 실바(맨체스터시티),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 이케르 카시야스(FC 포르투) 등 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나섰다. 10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 대비해 정예 멤버를 가동했다.

한국은 전반 8분 남태희의 패스를 받아 손흥민이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면서 스페인 골문을 노렸다. 한국은 전반 중반까지 강한 압박과 왕성한 활동량으로 스페인과 맞섰다. 그러나 사실상 1군 전력으로 나선 스페인은 강했다. 빠른 패스와 여유있는 볼 컨트롤로 한국 수비진을 초반부터 괴롭혔다. 결국 전반 30분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실바가 그림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어 앞섰다. 실바는 골문 오른쪽 구석을 노려 찼고, 공은 그림같은 궤적을 그리면서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이후 한국 수비진은 크게 흔들렸다. 스페인은 전반 32분 장현수의 백패스 실수에 골키퍼 김진현이 잡았다 놓치는 상황을 틈타 문전에 있던 놀리토(셀타 비고)가 공을 뺏었고, 이어 패스를 받은 파브레가스가 추가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탔다. 이어 전반 38분 역습 상황에서 놀리토가 페널티지역 왼쪽을 침투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단 8분 만에 3골을 내주면서 전반을 마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석현준(FC 포르투)을 투입해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스페인에게 후반 초반 다시 실점했다. 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서 알바로 모라타(유벤투스)에게 헤딩골을 내줬다. 이어 후반 9분 놀리토에게 또다시 한 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후반 16분 주세종, 이재성(전북 현대), 곽태휘(알 힐랄)가 투입된 뒤 그나마 분위기를 바꿨다. 후반 20분엔 역습을 시도, 기성용의 패스를 받은 남태희가 슈팅으로 연결해 스페인 골키퍼 카시야스의 손에 걸리는 아쉬운 상황도 만들었다. 후반 26분엔 이재성이 자신있게 중거리슛을 시도했고, 후반 27분 석현준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찼지만 모두 카시야스에 막혔다.

후반 중반 들어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후반 38분에서야 만회골을 만들어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이재성이 뒤로 내준 볼을 주세종이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해 상대 수비수를 맞고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44분 모라타에게 한 골을 다시 내줬다. 6골을 내주고 허무하게 무릎을 꿇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5일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FIFA 랭킹 29위)와 유럽 원정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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