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관용차량 훈령 제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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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지난달 17일 관용차량 운용기준과 관련한 훈령을 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부처 간 형평에도 어긋나고 국방부 내에서도 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방부는 새로 제정한 훈령에서 고위공직자(실장급)의 출퇴근 등에 차량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1일 "실장급 7명, 그리고 합참·육해공군본부·한미연합사·해병대사령부·육군 1·2·3군사령부의 주임원사 등 모두 16명에게 관용차를 지급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지급된 차량으로 종교시설이나 군 골프장(체력단련장) 이용도 가능하다는 명시 규정을 뒀다. 국방부 당국자는 "전용차량을 관할지역 안에 있는 군 체력단련장과 종교활동에 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다만 민간 골프장을 이용하거나 휴가·외출 때는 사용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4년 국방부는 타 부처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실·국장급 일반직 공무원들에게 차량 지원을 중단했다. 그걸 12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국방부의 관용차량 사용문제는 국정감사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런 지적들을 피하기 위해 매일 같은 차량과 운전병이 배차되도록 '편법'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번에 이런 시비를 없애기 위해 아예 훈령으로 관용차 사용을 명문화한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실장급은 타 부처와 달리 책임지역과 영역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고 긴급상황이 잦아 현안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이 승인해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 북한 관련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긴급히 대처해야 하는 통일부의 경우는 장관과 차관에게만 전용 관용차가 지급된다. 그런 만큼 국방부 소속 실장들만 특권을 누리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국방부 감사관실에서도 훈령 제정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특히 국방부 내에서조차 관용차 운영과 관련한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국방부는 현역 장성인 국장에겐 관용차를 지급하는 반면 일반직 국장들은 차량이 필요할 경우 배차를 받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같은 부처에서 근무하고 있음에도 별을 달고 있으면 관용차량이 제공되는 셈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현역 장성들의 경우 직위와 상관 없이 장관(장군)급 장교 지원 규정에 의거해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을 달면 차량을 제공하는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관용차량이 고위 당국자들이나 장군들의 권위를 과시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며 "다른 외교안보 부처와 형평성을 고려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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