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통령「학원 안정법」 일단 연기의 뜻|대화정치 구현위한 "일대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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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대통령이 17일 긴급 소집된 청와대 확대 당정회의에서 학원안정법제정을 일단 늦추도록 지시한 것은 최근 정국의 분위기를 볼때 일대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결단이 15, 16일에 있었던 이민우 신민·이만섭국민당총재와의 면담직후 취해진 조치라는 점에서 대화정치의 큰 선례가 됐다.
청와대오찬에서 두 야당총재들이 정부·여당의 「조기강행처리」방침에 반대의사를 개진한 직후 이같은 연기지시가 나온것은 대화정치의 구현과 정착에 대한 전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볼수있다.
야당대표 면담이후에도 민정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의 처리방침을 확인하고, 이에대해 야당도 반대하는 장외투쟁을 전개할 뜻을 비춰 정국에 계속 먹구름이 걷히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여기에 덧붙여 재야세력을 비롯한 사회일각에서 학원법 추진에 대한 정면반대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정국불안의 기미가 없지않았는데 전대통령의 이같은 신속한 결단으로 분위기는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뒤숭숭한 정국에 학원법으로 인해 여야대립이 가중될 경우 정치적 안정기조가 흔들릴 것은 물론이고 이는 바로 제5공화국이 표방해온 대화정치·정치의 양극화배제라는 명제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대통령의 결단은 정국의 안정이나 대화정치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결정적인 바탕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되고있다.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가 결코 학원안정법의 입법추진을 포기하거나 철회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각계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필요한 시기에 입법토록 함으로써 적어도 정기국회로 미루어진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내용도 앞으로 각계의 의견을 더 넓게 들어 훨씬 보편성 높은 방향으로 보완될게 분명하다.
따라서 여야는 대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학원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며 어느 일면으로도 학원문제가 여야의 공동과제가 돼버려 공동책임하에 대안 마련이 모색될 가능성도 있다.
야당도 학원문제의 심각성이나 학원안정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있는 만큼 여야가 진지한대화로 접근해 나갈때 어떤 결실이 이뤄질 것이 아닌가하는 기대도 없지않다.
정부·여당의 의도가 순수하게 야당에 의해 받아들여질 경우 학원문제해결을 위한 국민적공감대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보수정당인 야당으로서도 학원의 좌경화현상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수없는 처지다.
학원문제에 대한 실상인식과 그 대처방법에 있어서는 여야간에 의견차가 있을수 있지만 「문제」가 있고 「대처」를 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차가 클 수 없다고 볼수있다.
따라서 학원의 좌경문제는 기본적으로 여야간에 공통분모가 가능한 대상이며 접근방법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공동논의도 가능하다고 전망된다.
학원문제가 여야의 정치력발휘로 원만하게 해결될수 있을때 예상하던 가을 정국의 돌풍은 의외로 쉽게 극복이 될수 있을 것이며, 한걸음 나아가 개헌, 사면·복권등 아직도 이견을 보이고 있는 정치현안들에 대한 타결의 실마리도 풀릴수있는 분위기가 어느정도 조성될는지도 모른다.
이제 볼은 정부·여당의 코트에서 일단 국회와 정당쪽으로 넘어온셈이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쏠리고 있다 하겠다.<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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