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로이비스트들<2>|누가 거물급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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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의 가장 영향력있는 로비이스트는 「레이건」 미대통령자신이라고 위텐버그 로비회사 사장「위텐버그」씨가 어느 모임연설에서 말한적이 있다.
물론 대통령이 의회사무국에 로비이스트로 등록되어 있는것은 아니지만 예산안 세제개혁안 니카라과 반군지원비 지출안등 행정부가 제안한 주요법안이 의회에서 저항을 받을때면 예사 로비이스트나 다름없는 활동을 한다는 점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그런 표현이 동원된 것이다.
백악관에는 「의회 연락 참모」라는 직책이 있어 의회관계의 실무를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일이 있을때는 비서실장이 로비활동의 일선 지휘관이 되고 그뒤에서 대통령이 거물급 위주로 슈퍼 로비를 한다.
백악관에서 점심식사를 대접한다든가 헬리콥터로 의원들을 캠프데이비드 산장에 초청, 주말을 같이 즐기는것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의 각부처도 의회에서 예산을 따고 부처소관 사업을 입법에 반영시키기 위해 많은 자체 로비이스트를 파견해놓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처가연간 3천억달러 이상의 예산을쓰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무기체계에 대한 승인을 얻어야 되는국방성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 보도에 따르면 펜터건은 의회담당국방차관보아래 38명의 로비이스트를 고용하고 있으며 육·해·공군장관 아래서 활동하는 로비이스트를 합치면 그 수는 3백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법원외이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한다고 말썽이 난 적도 있다.
78년 「워런·버거」 대법원장은 상원이 심의중인 새 파산법안 내용을 수정하도록 호소하는 전화를 의원들에게 걸었던 것이다.
그는 물론 어느 이익단체를 대변한것이 아니고 사법정책기관인연방사법회의의 의견을 전달한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장이 입법부결정에 영향을 미치는것은 삼권분립원칙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장의 로비활동을 옹호하는 측은 보통 로비이스트와 마찬가지로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제1수정 헌법) 를 방패로 내세웠다.
민간부문의 로비회사들은 전문가들과 함께 전직관료와 전직 의원들을 다수 활용하고 있다.
「워싱턴 회전문」 이란 말은 관직에있다가 돌아서서 로비이스트가 되는 일반적 경향을 일컫는다.
그런 경향을 「워싱턴 중독증」이라고도 부른다.
워싱턴 정가에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관직을 잃어도 워싱턴에 머무르게 되는 권력의 마력을 뜻하는 것이다.
「르랭크·처치」상원외교위원장은 80년 낙선될때까지 미국 외교정책의 거물로 군림했었다.
그러나 그는 낙선 6개월후 휘트먼 앤드 랜섬 로비회사에 고용되어 워싱턴 사무실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그때 『의회라는 목장에서 몰려나 오히려 더 푸른 들판을 찾았다』 고 호언했다.
지난선거때 사퇴한후 88년 대통령선거에 출마설이 있는 「하워드·베이커」 전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빈슨·엘킨스」변호사사무실의 워싱턴 로비이스트로 연수입 1백만달러를 올리고 있다.
의원 연봉이 7만5건달러인데 비하면 로비이스트로 전신한 전직 의원들이 「더푸른들판」 이라고좋아할만하다.
지난번 총선에서 낙선, 또는 사퇴한 의원중 25%가 워싱턴에 머물러 로비 또는 연관된 직종을 갖고 있다는 집계가 있다.
현재 워싱턴에서 로비이스트로 활동하는전직의원수는 줄잡아 3백명쯤 된다.
행정부 쪽에서도 국방장관을 그만두고 로비이스트가된「클라크·클리퍼드」, 백악관 고위 보좌관직을 그만두고 연초에 로비회사를 차린 「마이클·디버」 , 「린·노프지거ㄴ 등 전신의 예는 무수히많다.
「레이건」대통령의정치고문역을맡았던 「노프지거」 씨는 면담 1시간에 4백달러를 받는 1급로비이스트가 되었는데 그는 CBS 방송과의 대담에서 『백악관안에서 보다 밖에 나와서 돈을 더벌게 되었다』 고 큰소리쳤다.
그의 백악관 봉급은 연6만달러였다.
명예와 권력욕을 일단 접어두고 보수만 따질때 미국정치의 정상코스는 대통령선거 참모→백악관요직→사퇴후 회고록집필의 과정이다.
「닉슨」 참모중 회고록을써서 백만장자가 된 사람은 하나둘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중간 코스를 생략하고 선거 참모에서 바로 로비이스트로 직행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그쪽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선거동안 쌓아올린 안면을 현금으로 바꾸는데는 행정부 안보다 바깔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타산적인 신진 정치 지망생들이 터득하게 된것이다.【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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