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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앞두고 한국에 통상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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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강성 의원들 “한국이 곶감만 빼먹으려 한다” 불만
트럼프보다 수위 낮지만 “FTA 이행 미흡” 항의도
리퍼트 오늘 통상관료 초청해 연설…“빅 스피치 될 것”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의 통상 관료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양국 간 통상 이슈에 대해 공개 강연을 한다. 미국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어서 관련 부처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1일 세계경제연구원(IGE·이사장 사공일) 주최 강연에서 ‘한·미 경제 무역 협력과 향후 발전방안’이란 주제로 연설한다. 이날 강연엔 미국대사관 측이 기획재정부 송인창 국제경제관리관,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자유무역협정교섭관, 외교부 천준호 양자경제외교국장 등 통상 관련 부처의 핵심 간부를 초청했다.

한 참석자는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등장 이후 미국 내 통상정책과 한·미 FTA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의 기본 입장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대사관 관계자 역시 “빅 스피치(big speech)여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미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정치권 지형 변화와 맞물려 미 행정부 역시 무역 강공(强攻)에 나설 조짐을 보여서다. 미 의회에선 중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대미 흑자 규모가 큰 나라들에 대한 불만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소속의 한 미국계 기업 대표는 “강성 의원 사이에선 한국이 미국과의 통상에서 ‘곶감’만 빼먹으려 한다고 생각하는 기류가 강하다”며 “이런 기류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강도는 다르지만 한·미 FTA에 대한 불만이 비단 재협상론을 제기한 트럼프 후보만의 주장은 아니란 얘기다.

이런 불만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 연초 리퍼트 대사는 국회에 상정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과 관련해 두 차례 국회 법사위원회를 찾았다. 개정안은 한·미 FTA에 따라 한국 측이 이행키로 돼 있는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을 위해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었다.

리퍼트 대사는 국내 법률시장 개방이 미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오린 해치 미 상원 재무위원장이 안호영 주미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약가 산정, 법률시장 개방 등 구체적 분야를 적시하며 “FTA 이행이 미흡하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잘못된 통상정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자 미국 행정부도 일본에 대해선 환율 문제를, 중국에 대해선 불공정 무역을 지적하며 최근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미 FTA를 체결한 한국에도 협정 이행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국 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의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환율 문제도 본격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며 “미국 측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오해는 풀어 주는 한편 통상환경 변화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유지혜·김기환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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