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염색에 52만원…장애인 울린 바가지 요금 미용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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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충북 충주시 연수동의 한 미용실에서 이모(35ㆍ여)씨의 머리 염색과 코팅 비용으로 52만원이 결제된 카드 영수증. [사진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충북 충주의 한 미용실 원장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바가지 요금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충주경찰서와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에 따르면 뇌병변 장애 1급인 이모(35·여)씨는 지난 26일 충주시 연수동의 한 아파트 상가 미용실에서 머리 염색과 코팅을 했다. 이 미용실을 몇 차례 이용했던 이씨는 당시 “돈이 없으니 평소처럼 10만원 선에서 손질을 해달라. 그 이상이면 못한다”고 원장에게 부탁했다. 머리 손질을 마친 이씨는 금액을 물었지만 원장은 카드를 빼앗다시피 한 뒤 결제를 했다. 카드 영수증을 본 이씨는 놀랐다. 평소보다 5배나 많은 52만원이 결제된 것이다.

몸이 불편한 이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가욋돈을 모아 몇 달에 한 번씩 머리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렵다. 당황한 이씨는 “52만원이면 한달 생활비다.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미용실 원장은 “오늘은 평소보다 비싼 약을 썼으니 줄 수 없다”고 잘랐다.

이 사실을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얘기한 이씨는 활동보조담당자와 당일 미용실을 방문했지만 이 때도 거절당했다. 결국 경찰을 대동한 뒤에야 원장은 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20만원에 합의했다. 하지만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다. 미용실 원장은 “비싼 약품을 써서 커트, 염색, 코팅 등 여러 가지 시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충주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 미용실에서 피해를 본 사례가 2~3건 더 있는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한 지적 장애인 여성은 커트비로 10만 원을 냈고 또 다른 지적 장애인도 머리 손질과 염색에 40만 원을 지불했다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설명했다. 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해당 미용실은 가격표도 붙여놓지 않고 장애인을 상대로 요금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아왔을 뿐 아니라 장애인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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