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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소액투자 가능한 사모펀드 빨리 나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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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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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펀드시장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 한 때 국민재테크 상품으로 불렸던 공모펀드는 2008년 이후 주춤하면서 정체의 터널로 들어선지 오래됐다. 반면 500조원(순자산가치 기준)을 향해가는 펀드시장 앞자리에서 성장을 이끌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펀드도 있다. 사모펀드다.

50인 미만 고액투자자의 돈을 모아 다양한 투자대상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규모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11%씩 성장해 3월 말 기준으로 270조원(PEF약정금액 포함)에 달한다. 사모펀드에 특화된 자산운용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모펀드 제도개편 이후 약 40개의 사모펀드 전문운용사가 신설됐고, 연내에만 100개 가까이 생겨날 전망이다.

‘폭풍성장’의 배경은 무엇일까. 결정적인 건 역시 수익률이다. ‘돈이 된다’는 것이다. 3월 말 기준 사모펀드 전체의 최근 5년 누적수익률은 33%로, 공모펀드 대비 평균 11%포인트 높다. 사모 부동산펀드나 사모 특별자산펀드는 같은 기간 공모펀드 수익률보다 각각 16%포인트, 31%포인트나 높다.

이유는 과감한 규제완화에 있다. 공모펀드보다 운용규제를 적게 받는 사모펀드는 펀드매니저들이 시장상황에 따라 민첩하고 유연하게 펀드를 운용한다. 사모펀드 전문운용사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 요건이 낮아지면서, 창의적인 운용자들이 새로 들어와 상품이 다양해지고 경쟁이 활발해진 것도 원인이다. 문제는 돈이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사모펀드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모펀드는 최소투자금액이 1억원으로, 사실상 고액자산가에 한정된 상품이다. 월 10만원씩 적립식펀드에 투자하는 소액투자자나 일반 개인투자자는 접근조차 어려운 ‘그들만의 상품’이었다. 경제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판단이, 결과적으로 돈을 모을 필요성이 더 절실한 중산층의 접근기회를 차단하는 ‘규제의 역설(Paradox of Regulation)’을 불러왔다.

정부의 펀드혁신 방안에 개인도 500만원만 있으면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된 건 그래서, ‘신의 한 수’라 부르고 싶다. 적은 돈으로도 투자고수들의 상품에 접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모 부동산펀드 등 사모 실물자산펀드에 소액투자기회가 열린 것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고수익 알짜상품으로 소문난 부동산펀드와 실물자산펀드는 대부분(94%)이 사모펀드라 기관과 고액투자자들만 접근할 수 있었다.

사모 재간접펀드는 수익률 관리에 유리한 사모펀드의 장점과 투자자 보호장치가 든든한 공모펀드의 외형을 동시에 가져 투자 위험성을 희석시킨 하이브리드 투자상품이다. 운용사는 고수익 사모펀드들을 편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상황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투자 방식의 장점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 운용사가 잘 고른 사모펀드에 투자한다면 개인투자자도 사모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기관투자자 이상의 투자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모 재간접펀드가 빛나는 성과로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국민금융투자상품으로 자리잡아 공모펀드와 사모펀드가 윈윈(Win-Win)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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