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주시는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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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손님이 한창 붐비던 점심시간을 보내고 잠시 쉬고 있는데 유치원에 다녀와서 놀던 딸아이가 살그머니 내 곁으로 다가와 귀엣말을 했다.
『엄마, 저 사람 우리 차 태워주는 선생님이에요.』
그러고는 얼굴이 빨개져서 몸을 비비꼰다.
활달한 것 같으면서도 간혹 짜증스러울 정도로 수줍음과 눈물이 많은 딸아이가 말하는 차태워주는 선생님이란 저희 유치원의 봉고 운전기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상하게 그 말이 귀엽고 듣기 좋아서 나는 큰소리로 웃었다.
『이 애가 차 태워주는 선생님이라는 군요, 선생님….』
식사를 하던 그 분과 나는 한참동안 기분 좋게 웃었다.
며칠 전 감기를 앓을 때 약봉지를 가지고 유치원엘 간 적이 있었다. 마침 아이들의 간식시간이어서 아주머니 한분이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있었는데, 뭔가 잔뜩 자랑스러운 듯 딸아이는 『엄마, 저 사람은 우리 밥 주시는 선생님이에요』하고 속삭이는 것이었다. 그때도 나는 혼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유치원에서 그렇게 가르친 것도 아닐텐데 저희유치원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을 다 선생님이라고 믿는 마음이구나 싶었다.
선생님이 너무 흔해 져서도 문제겠지만 그래도 여섯 살짜리 꼬마의 눈에 그들이 선생님으로 비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 여겨졌다.
평소 딸아이가 다른 애들처럼 영악스런 아이가 됐으면 하는 욕심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차 태워주는 기사도, 간식 주는 아줌마도 선생님으로 존경할 줄 아는 딸아이가 여섯 살에 걸맞은 순진함을 간직하고 있는 듯 여겨져 여간 예쁘지 않았다.
선생님의 말씀을 하늘로 아는 저 마음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길 조용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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