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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용 점자책을 만드는 점역봉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남을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한길」 이라는 생각으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행동하는 숨은 봉사자들이있다.
서울YWCA 점역봉사회(회장 홍인숙)가 바로 그들.
82년5윌 서울YWCA가 실시한 점역자원봉사강습을 수료한 제1기생들이 모여 발족한 이 모임은 현재 6기생까지 2백명의 회원을 모았다.
이들은 매윌 둘째 월요일에 정기모임을 갖고 의뢰해온 일감을 서로 분담하기도 하고 그간의 각자 활동상황을 보고하기도 한다.
현재 이 모임에서 해낼수있는 점역은 한국어·영어·일어·독일어등 네가지. 대학교과서에서 찬송가에 이르기까지 그간 점역해낸 책만도70여권을 헤아린다.
『회원수가 자꾸 줄어들어 걱정』이라는 홍회장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현재 활동중인 회원수가 40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점역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가를 짐작케 해준다.
실제로 회원 모두가 점필로 구멍을 뚫는 작업 때문에 엄지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혀있고 상당수가 관절염을 앓고있는 실정. 게다가 집안일을 다 마친 후인 밤시간을 이용, 작업하는 관계로 전기불의 점판반사가 심해 시력들이 현저하게 약화됐다.
그래도 회원들은 모두 밝은 표정.
안정민씨(38) 는『생활의 일부로 여겨지기 때문에 전혀힘들지 않다』고 했고, 양영순씨 (29) 는 『육신의 건강을 누리고 있는 자가 그렇지못한 이를 돕는것은 당연한도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간혹 회원들중 집안에 좋지않은 일이 생겼을때 「점역해서 재수없다」는 주위의 반대로 어쩔수 없이 탈락하는 것을 볼때 가슴이 아프단다.
월1천원씩의 회비마져도 점자용지 구입으로 다써 지금껏 창경원으로 야유회간것이 친목활동의 전부. 그래도 이들은 독지가가 나타나 회원 1명당 한대씩 점자타자기를 구입할수만 있다면 더욱 많은봉사를 할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못말리는(?)봉사자들이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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