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폭행에 남편 살해한 아내, 90대 부친 살해한 아들 실형

중앙일보

입력

50년간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홧김에 70대 남편을 살해한 아내와 아버지를 살해한 50대 아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춘천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재호)는 남편(75)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76·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4일 오후 술에 만취해 거실에 쓰러진 남편을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부부로 지낸 50여 년간 남편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 A씨의 자녀는 재판과정에서 “아버지가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행사한 무책임한 가장이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결혼기간 내내 폭력과 남편의 외도 등 불행한 부부생활을 감내하다 범행에 이른 것으로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인간의 생명은 어떠한 경우라도 존중돼야 하는 점, 살인죄의 법정형 하한보다 낮은 점 등으로 볼 때 1심 형량은 무겁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90세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아들 B씨(56)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B씨는 지난해 11월 8일 술에 취해 귀가한 아버지를 주먹으로 때려 넘어뜨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며 “이를 침해한 범죄는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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