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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 말초적 뉴스만 좋아한다? 그건 오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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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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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전설 캐러 스위셔



| “수준 높은 콘텐트 누구나 알아봐”
심포지엄서 마인드의 혁신 강조
“난 AI 비서 알렉사와 매일 대화
모든 기자들, 당장 사서 써봐야”

[궁금한 화요일] 밀레니얼 세대의 저널리즘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칼럼니스트라는 캐러 스위셔 ‘리코드(Recode)’ 창업자. 지난달 16일 미국 텍사스오스틴대에서 열린 국제온라인저널리즘 심포지엄(ISOJ)에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났다. 눈이 나빠 안경을 써야 하는데 안경을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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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 스위셔

올해 53세인 스위셔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조언을 구했던 실리콘밸리의 전설이다.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IT 기자 생활을 했지만 변하지 않는 조직에 실망해 2014년 IT 전문 온라인 미디어 리코드를 창업했다. 그가 콘퍼런스를 열면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참석하고, 스타트업들은 그의 말 한마디에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투자를 거둬들일까 전전긍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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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J 강연 뒤 에번 스미스 텍사스트리뷴 CEO(왼쪽)와 대담 중인 스위셔. [사진 박성우 기자]

ISOJ 강연에서 스위셔는 지난해 버즈피드의 매출이 예상치보다 낮았다는 소식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성장세를 계속 이어 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나는 별일이 아니라고 본다”며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해 기존 미디어들이 왜 이렇게 버즈피드의 매출 감소에 관심을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그것 봐라. 디지털 해 봤자 안 돼’ 하는 시기심이 클 것”이라며 “그래도 버즈피드건 누구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성공하는 매체가 하나쯤은 나오는 게 언론산업 전반에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WSJ 기자 시절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편집국장이 ‘어떻게 하면 젊은 사람들이 우리 신문을 읽게 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회의를 소집했어요. 난 그들이 슈트에 넥타이까지 한 것부터 맘에 들지 않았죠. 고집스럽고 꽉 막힌 사람들이었어요. 갑자기 저에게 ‘토요일자 신문을 가벼운 내용으로 채우면 젊은 세대가 읽겠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신문을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가져다주면 읽을 것’이라고 했더니 다들 저의 무례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더군요.” 디지털 전환을 하려면 제공하는 콘텐트뿐 아니라 마인드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기존의 관료적인 조직을 그대로 둔 채 ‘가벼운 얘기를 쓰면 젊은 사람들이 읽겠느냐’고 묻는 게 한심했다고 했다.

스위셔는 인터넷 오디언스, 밀레니얼 세대를 마치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보다 지적 수준이 낮은 이들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는 매우 세련된 사람들이고, 퀄리티 콘텐트가 어떤 것인지 충분히 알아본다”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뉴스, 웃긴 해프닝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버즈피드가 가벼운 동영상 등으로 인기를 얻는 것도 엄청난 데이터 분석과 연구의 산물”이라며 “이 같은 노력을 가볍게 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위셔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그는 “모바일은 시작일 뿐”이라며 “스마트폰이 아닌 온몸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접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17개의 아마존 알렉사(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를 갖고 있다는 스위셔는 알렉사와 데이트하듯 뉴스도 물어보고, 우버 택시도 부르고, 칭찬도 해달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기자가 당장 알렉사를 구입해 앞으로 어떤 콘텐트를 공급할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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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인터넷 태동기부터 IT 기자로 일한 캐러 스위셔는 실리콘밸리를 쥐락펴락하는 명칼럼니스트이자 창업가다. 그가 공동창업한 온라인 매체 리코드는 실리콘밸리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미디어로 꼽힌다. 왼쪽부터 동업자 월트 모스버그와 스위셔가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공동창업자를 인터뷰 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소셜미디어 시대의 신뢰는 투명하고 진솔한 것에서 나온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다들 배우 킴 카다시안을 비웃지만 그는 소셜미디어 팔로어가 1700만 명”이라며 “종이신문 시대의 신뢰와는 또 다른, 모든 것을 대중에 공개했다는 신뢰감을 주는 게 그의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 시대 언론사는 몇 시에 무슨 기사를 내보내겠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신문기자 시절 오전에 출근해 발제를 하고 오후 마감 시간까지 탈고를 했는데 그런 사고방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저명인사인 만큼 주요 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인물평도 빼놓지 않았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진중한 사람이라며 구글을 잘 이끌고 있지만 서치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할지, 페이스북 등의 거센 도전은 어떻게 막아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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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CEO를 인터뷰 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애플 CEO 팀 쿡은 훌륭한 관리자라면서도 그가 야심 차게 내놓은 애플워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약간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애플은 소프트웨어 부문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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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인터뷰 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에 대해선 극찬했다. 매우 창의적이고 중국어를 배우는 등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했다. 영화에서와 달리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스위셔는 “저커버그가 CEO가 아니었다면 페이스북이 하지 못했을 일이 많다”고 평가했다. 언론사들은 콘텐트를 흡수하는 페이스북을 ‘악마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언론사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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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아마존 CEO 제프 베저스에 대해선 웃는 얼굴과 달리 보기보다 성격이 괴팍한 사람이라고 했다. 아마존 에코(음성인식 기기)가 성공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항상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스위셔는 “디지털 콘텐트 사업을 하기에 지금보다 좋은 시절이 없었다. 제대로만 한다면”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기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ISOJ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선발 과정을 거쳐 중앙일보가 참석했다.

알렉사(Alexa)=아마존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기술. 음성인식 기기 에코(Echo)에 탑재돼 사람과의 대화, 음악 재생, 정보 제공 등을 할 수 있다. 다른 스마트 기기를 조종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알렉사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활용해 에코의 보급형 버전인 아마존 탭과 에코 닷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 태블릿 기기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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