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노무현 정신 욕보인 친노의 공격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어제 경남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모행사가 있었다. 노무현 정신은 지역분열 극복, 권위주의 해체, 반칙·특권·기득권과 투쟁, 시민의식의 각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재임 때 편가르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평생 지켜온 이 정신의 진정성만은 지금 많은 국민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특정 정파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를 친노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으로 뿌리 내리게 하는 일은 후세의 몫일 것이다.

그런데 일부 친노 세력이 추모식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일행을 모욕하고 협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통합과 시민성의 지도자를 기리기 위한 자리가 분열과 증오심으로 변질된 것이다. 안철수·천정배 등 국민의당 지도부가 행사장에 도착하자 친노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이명박 앞잡이 안철수가 여기 왜 왔나” “대권에 눈먼 안철수, 전라도로 가라” “빨갱이보다 못한 XX들”같이 그대로 옮기기 민망한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고 한다. ‘지역주의 선동하는 안철수는 물러가라’라는 종이 피켓까지 등장한 것으로 보아 사전에 준비된 행동인 듯하다. 욕설과 몸싸움이 난무하자 안 대표 등은 언덕 위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철문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15분가량 피신해 있었다. 거칠고 긴장된 분위기는 국민의당 사람들이 행사장을 빠져 나갈 때도 이어졌다. 난폭한 공격자들은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앞에선 깍듯이 고개를 숙이거나 연호를 했다고 한다.

욕설과 폭력, 증오에 가득 찬 난폭성은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과 아무 관계가 없다. 이들이 보인 행동들은 추모식이란 행사의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 정치적 시위로도 봐줄 수 없는 저급한 수준이다. 일반 국민에겐 자기들만 선이고 그 외는 모두 악이라는 넌더리 나는 독선주의, 친노 패권주의 폐습으로 비쳐진다. 정치적 이해득실로 따져도 그들이 지지하는 문재인·안희정씨는 스스로 갇힌 세력의 지도자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줄 것이다. 더민주에 멀어진 호남 민심을 더 멀리 밀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