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은 진정성 보이고, 우리는 대화의 끈 놓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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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지난 20일 남북 군사회담을 열자는 공개서한을 보낸 데 이어 21일엔 스스로 폐쇄했던 군 통신선으로 인민무력부 명의의 대남 통지문을 국방부 앞으로 보내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어제 “긴장 고조 상황은 북측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행동으로 인한 것”이라며 비핵화 의지가 없는 북한의 제의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우리 사회 분위기도 냉담하다. 북한의 대화 제의에 비난 일색이다.

북한은 올해 초 4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장거리 로켓도 쏘아 올렸다. 그로 인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경제를 제재하는 대북결의안(2270호)을 발표했지만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9일 끝난 노동당 7차 대회에서도 ‘책임 있는 핵보유국’ 운운하며 핵무기를 항구적으로 지니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북한이 아무런 태도 변화 없이 무조건 군사회담부터 개최하자고 제의한 것은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도발-긴장-회담-도발’ 행태의 반복이다. 북한의 대화 공세에는 남북 긴장 완화를 갈망하는 우리 국민들을 부추겨 내부 갈등을 조장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아울러 북한의 대화 제의에는 점차 제재 강도를 높이는 국제사회의 공조를 흔들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스위스 정부는 지난 18일 북한의 자산을 전면 동결했다. 스위스에는 수십억 달러의 (김정은) 비자금이 숨겨져 있다는 관측이 있다. 19일엔 러시아도 중앙은행을 통해 북한과의 거래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에는 엄청난 충격이다.

북한이 이 같은 국제 제재를 피해 가며 핵 개발을 완성하기 위한 시간 벌기용으로 속 보이는 군사회담을 제안했다면, 분명한 착각이다. 과거 미온적이던 중국과 러시아까지 적극적으로 돌아선 것만 봐도 이번 국제 제재가 예전처럼 솜방망이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북한은 핵을 고집하는 한 생존이 어렵다는 점을 하루빨리 깨닫고 항시 열려 있는 남북 간 대화의 마당에 진정성 있게 임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지키면서 대화의 끈은 결코 놓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