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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람실에 텐트…책과 노는 1박2일 캠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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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20일 오후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 도서관. 오후 7시30분이 되자 학생 40명이 10개 조로 나뉘어 도서관 2층 종합자료실 곳곳에 흩어졌다. 한 학생이 엄지를 내밀어 힌트를 주자 맞은편에 있던 학생 2명이 “엄지공주”라고 답하더니, 박을 자르는 시늉을 내자 “흥부와 놀부”, “해리포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의 책 제목이 술술 나왔다.

충북 한국교원대 도서관 실험
학생 40명 밤샘 대화·퀴즈대회
내년엔 지역 주민도 초대 계획

도서관 한편에선 책 제목을 조합하는 게임이 진행됐다. 『블랙잭』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장미비파레몬』 『제인에어』 『미움받을 용기』 등 5권의 책 제목으로 또 하나의 책 제목을 만드는 놀이다. 답은 『레미제라블』. 교직원은 “2분58초네. 다음 코스에서도 분전하세요”라며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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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책 읽기 행사에 참여한 한국 교원대 학생들이 지난 20일 도서관 열람실에 설치된 텐트에 모여 책을 읽고 있다. 왼쪽부터 최샛별(20)·황인성(22)·최다연(20)·이유정(19)·정성경(20)씨. [사진 최종권 기자]

오후 9시30분이 되자 학생들은 일제히 도서관 1층 열람실에 마련된 텐트로 돌아갔다. 책 한 권과 랜턴을 들고서다. 독서 삼매경에 빠진 학생들은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각자가 선택한 책을 읽고 감상문도 작성했다.

시험 공부를 하거나 책을 빌리는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대학 도서관이 학생들의 놀이터가 됐다. 한국교원대는 1박2일 동안 도서관에 텐트를 치고 독서·퀴즈·게임을 하는 ‘독서 여행, 밤샘 책 읽기’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20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1박2일로 진행됐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등 40명은 행사 전 도서관 측이 선정한 『카지노』 『창가의 토토』 『로드클래식』 『미움받을 용기』 등 4권을 미리 읽었다. 행사 중간에 열린 퀴즈와 영화 원작 맞히기, 책 피라미드 쌓기, 빙고·골든벨 같은 게임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이날 1층 열람실엔 4인용 텐트 10동이 설치됐다. 학생들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해 텐트 안이나 도서관 자료실 구석에 앉아 읽었다. 이 책은 학교 측이 구입해 선물로 내줬다.

황인성(22·미술교육과2)씨는 “평소 공부나 운동을 꾸준히 못하는 탓에 오늘 읽을 책으로 『지속하는 힘』을 선택했다”며 “딱딱한 일상을 탈피해 친구들과 독서토론도 하고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성경(20·여·물리교육과3)씨는 “임용고사 준비로 캠핑은 엄두도 못 냈다”며 “랜턴을 켜고 삼삼오오 모여 책을 읽는 게 아주 낭만적”이라고 말했다. 교사이자 이 학교 대학원생인 이예진(35·여·영어교육과)씨는 후배들과 책을 읽으며 교사 생활에 대한 조언도 했다.

대학 교직원 20여 명은 밤새 햄버거와 커피·간식 등을 나눠주며 동참했다. 교원대 이종선(50·여) 행정개발팀장은 “조만간 스페인 출장이 있어 관련 서적도 챙겨 읽고 행사를 지원하려고 도서관에 왔다”고 말했다. 교원대는 다음달 17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밤샘 책 읽기 행사를 열기로 했다. 내년엔 지역 주민들도 초대할 계획이다.

교원대 류희찬 총장은 “독서문화 분위기 조성과 학창 시절의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학생들이 책을 음미하고 곱씹어 보며 독서의 참맛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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