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는 「장외」없다|노태우 민정당대표 기자간담회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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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태우민정당대표위원은 16일 하오 취임 5개월만에 첫번째 기자와의 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정치상황인식, 정국타개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노대표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내용.
『국민에게 시원하게 전할 얘기가 많았으면 좋을텐데 그렇지 않아 유감이다.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고 자주 정담을 나누었으면 한다』
-대표위원취임후 상황이 많이 바꿔었다. 소감은.
『요즘은 변화가 많아 어지럽다. 취임때보다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대화상대가 지속적이고 차분했으면 좋지않나 싶다.
국민들과 끊임없는 대화로 민의의 사각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오늘날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야당이 걷잡을 수 없게, 모험적일 정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당에 부드럽고 국민과 호흡하며 겸허한 자세를 갖되 너무 물렁물렁하지 않고 약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우리도 어떤 어려움을 버티고 앞장서 막으라는 국민의 마음을 읽고있다.』
-민정당의 불참으로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는데.
『국회의장이 반신불수라고 개탄했듯이 국민과 더불어 유감스럽게 생각하다. 신민당이 대화를 하던 중 일방적으로 단독소집하겠다고 해 유감이다. 우리는 12대국회개원 당시 신민당의 물음으로 곤경에 처한 적이 있었다.
국가적 체면손상을 감수하면서도 43일간을 참고 보조를 맞추려고 했다. 유감스럽지만 그렇다고 대화의 길을 끊어서는 안된다. 다행히 단독소집을 요구한 신민당이 대화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 총무간의 대화를 통해 차선의 대책이 강구될 것임을 믿는다. 자칫 경색된 정국이 될까 염려했으나 상호 타협과 양보가 기대되고 있다』
-개헌문제가 정계의 중요한 논쟁거리가 되리라 예상되는데.
『우리는 헌정 37년간 8차례나 헌법을 바꾸었다. 지금은 파행과 비극을 되풀이할 수 없다. 국민합의를 수렴해 마련된 현행헌법은 한 사람의 장기집권을 막자는 데 큰 뜻이 있다. 대통령중심제건 내각책임제건, 직선제건 간선제 등 어떤 제도에서건 모두가 1인장기집권이 문제가 된다.
현행헌법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차기대통령선거때까지 86, 88올림픽 등 역사적 과업이 가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헌법을 바꾸고 직선제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엄청난 혼란과 국력소모가 뒤따를 것이다. 또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숙원을 이 헌법을 통해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우리는 두차례의 국회의원선거를 통해 우리는 대통령 7년단임제를 공약했고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직선제개헌을 한다고 해도 국민적 합의는 어렵다. 몇몇 정치인이 편리하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김대중씨의 사면·복권문제 등이 계속 원활한 정국운영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수차례 언급한대로 본인의 노력, 법적절차, 통치권자의 아량이 부합돼야 하는데 현재 당사자인 김씨가 가장 문제다. 80년 피를 흘린 국가존망의 위기에 대해 정치인이 책임이 없다면 말이 되는가. 김씨에 대해선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다.
내가 김대중씨라면 솔직하게 과오를 인정, 뉘우치고 다시는 그러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국민앞에 말하겠다. 그런 과정을 밟으면 모든 일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법을 어겨놓고 정치니, 어쩌니 하는 것은 국민의 상식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법은 지켜야 한다』
-지난번 이민우신민당총재와의 회동과 같은 모임을 자주 가질 용의는.
『당연한 일이다. 지난번 서로의 이해바탕을 넓히기 위해 만났다. 나도 야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방도 마찬가지였으리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이총재가 곤욕을 치르고 있어 안타깝다. 만나는 것 자체가 왜 괴로운 입장이 돼야하는가. 대화가 힘들어질까 걱정이다. 만나서 못할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은 진실로 없기를 바란다]
-야당에 장외가 있듯이 여권에도 장외가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장외는 없다. 정부의 어떤 사람도 어디까지나 장내다. 군에 관한 어떤 얘기가 있는 것 같은데 당치도 않은 일이다]
-노대표가 조금전 호헌논을 그토록 강조했지만 그것으로 국민설득에 충분하겠는가.
『선거에 이긴 당의 주장이 맞는 것이다. 야가 직선제를 내걸고 선거를 해서 이겼으면 직선제를 해야할 것이다. 결론 안나는 얘기는 선거로 판가름할 수 밖에 없다. 현행 헌법 중 대통령선거제도에 고칠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있어 검토를 지시했으나 아직 문제점은 발견 안되고 있다』
-민정당은 노력에 비해 인기가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안정기조를 추구하면서 어려움과 고통을 참고 극복하자니 인기가 없을 것이다. 과거처럼 땅 좀 사두면 수십배로 땅값이 오르고 하는 등 기대와 운을 바랄 수 없으니 불만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봉급도 동결하니 인기없는 정당이 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에게 건의를 하니 「내가 인기없는 대통령으로 낙인찍혀도 양보할 수 없다」고 하더라. 전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이 됐을 때 인기가 폭발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이 안정기조를 참고 지키기에 국민적 합의를 구해야 한다]
-「후계자」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다. 87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후보자」가 나오지 않겠는가』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가 부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지도자에 대한 신뢰는 중요하다.
『정치지도자들의 책임이 특히 크다고 하겠다. 모두가 신뢰회복을 위해 자성하며 실전의 방도를 찾아야 한다』
-당내에 불협화음이 있다고 한다. 또 당정협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다.
『어느 조직이건 소리가 나야 큰다. 그래야 살아있는 조직이다. 지금의 소리는 불협화음이 아니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는 소리로 생각해달라. 지난번 경찰의 학원진입이 당과 사전협의가 없었던 점을 지적하는 모양인데 당이 그런 문제에 이러쿵 저러쿵할 이유나 근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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