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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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호 4 면

‘화수(畵手·노래하는 화가)’ 조영남씨가 2007년에 쓴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은 현대미술을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글입니다. 그런데 이번 ‘대작(代作)은 관행’ 논란을 보면서 그가 글만 쉽게 쓴 것이 아니라?현대미술을 너무 쉽게, 심지어 우습게 생각해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웬만한 작가들은 다 조수를 쓴다”는 얘기만 해도 그렇습니다. 미술 관계자들은 작가들이 조수를 쓰는 것은 단순반복 작업의 경우, 그것도 조수를 옆에 앉혀놓고 일일이 지시를 하며?일을 시키는 것이지 멀리서 ‘납품’ 받아 살짝?덧칠하고 싸인만 하는 것은 ‘관행’이 아니라고 강변합니다.


“영화는 여러 사람이 만들지만 감독 이름만?부각됩니다. 그 이유는 작품의 제작을 지휘한?사람이 감독이기 때문이죠. 조수를 쓰는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조수들의 흔적은?찾아볼 수 없습니다. 수많은 조수를 써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제프 쿤스나 데미언 허스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미술컨설턴트 S)


“3년간 300점을 그렸다면 대략 사흘에 한 점씩 그린 셈이죠. ‘진실한’ 작가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실에서 조수들과 함께 작업을?하면서도 연간 40~50점밖에 내놓지 못합니다. 그런데 자신은 방송 출연하면서 남이 그린 작품을 유명세를 이용해 고가에 팔고 그려준 사람에게는 고작 10만원이라니…, 너무하네요.”(미술평론가 L)


뭐 좀 해볼라치면 악재가 터져나오는 미술계,?출구는 어디일까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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